“쌍둥이 출산은 한 아이를 낳는 것보다 두 배가 아니라 네배로 힘들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더라고요.”
한화갤러리아 영업기획팀에서 일하는 김은정(32) 대리는 지난 6월 말부터 넉달짜리 출산휴가와 2년짜리 육아휴직을 이어서 사용하고 있다. 쌍둥이는 조산 우려가 크다는 말에 예정일보다 두 달 전에 일찍 출산휴가를 사용했다. 배도 빨리 불러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졌다. 보통 쌍둥이들은 한 명을 임신했을 때보다 한 달쯤 일찍 출산한다. 회사에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도를 설명해주는 책자와 쿠션 같은 선물이 담긴 꾸러미를 보내줘 쉽게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쌍둥이가 자연분만이 어려운 방향으로 들어서 있다는 진단을 받고 김씨는 결국 제왕절개를 했다. 쌍둥이는 제왕절개를 하는 비율이 높다.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더 걸린다. “출산 후 며칠 뒤에 처음으로 화장실을 갔다가 용변을 보는데 경련이 와서 거의 정신을 잃을 뻔했어요.” 지금은 둘을 동시에 키우느라 기저귀 하나 가는 것도 전쟁을 치러야 한다. 김씨는 “아이들은 너무 사랑스러운데, 가끔 ‘키우는 것보다 일하는 게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김은정 한화갤러리아 대리가 지난 8월 출산한 일란성 남아 쌍둥이. 김은정 제공
산모에게 한 아이 출산보다 쌍둥이 이상 다태아 출산이 더 위험하고 힘들다는 건 의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다태아 임산부 노동자들에게 출산휴가가 더 길게 주어진 지는 불과 2년여 전이다. 이전까지는 다태아, 단태아 구분 없이 출산휴가는 똑같이 90일이었다. 2014년 7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시행되면서 다태아 임산부 노동자는 유급 출산휴가를 120일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를 어기는 사업자에겐 2년 이상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했다. 정부도 다태아 임산부 공무원들이 120일 출산휴가를 받도록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해 보조를 맞췄다.
법 개정은 2013년 5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에 ‘다태아를 출산하는 경우 출산휴가를 90일보다 연장하라’고 권고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권익위의 권고가 나오자마자 ‘쌍둥이 엄마’들은 정부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다음 카페 ‘쌍둥이 엄마들은 다 모여요’ 회원들은 권고 다음달 한정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찾아가 의원 입법을 요구하고 간담회를 공동주최했다. 다태아 출산휴가를 120일(김기선 새누리당·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 또는 150일(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안)로 늘리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 일명 ‘다태아 산모 보호법’이 잇따라 의원 입법으로 발의됐다. 이 법안들을 통합 심의한 국회는 그해 12월 다태아 출산휴가를 120일로 늘리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13년 8월25일 한정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다음 카페 ‘쌍둥이 엄마들은 다 모여요’ 회원들이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다태아 산모 보호와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간담회를 공동 개최했다. 한정애 의원 제공
쌍둥이 출산은 해마다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출생신고 현황을 보면, 2005년 1만7832명이던 다태아는 10년 만인 2015년에는 2만9904명(6.6%)으로 ‘3만명 시대’에 진입했다. 전체 신생아 중 다태아 비중은 같은 기간 4%에서 6.6%로 높아졌다. 쌍둥이 출산은 산모들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는 것과 관계가 깊다. 통계청은 지난해 산모의 평균 연령이 32.23살이라고 발표했다. 1년 만에 0.19살 높아진 수치다. 전체 산모 중에서 35살 이상인 ‘고령 산모’가 23.8%를 차지해 1년 만에 2.2%포인트 증가했다.
다태아 출산 증가는, 산모들 나이가 높아지고 난임이 늘어나면서 체외수정 등 인공시술로 아이를 낳는 부부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시험관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킨 뒤 자궁에 이식하는데, 임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 6개의 배아를 이식하기 때문에 다태아를 임신할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체외수정을 하지 않더라도 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복수의 난자를 방출할 가능성이 커진 면도 있다.
다태아 임신은 유산, 사산, 조산, 미숙아 출산 등의 위험이 단태아보다 높아진다. 제일병원의 2014년 조사 자료를 보면, 다태아 임신일 때 임신중독증(7.6%), 산후출혈(22%) 증상이 나타난 산모가 단태임신 산모보다 4배쯤 많았다. 다태아 임신의 경우, 조산율도 44.1%, 신생아 사망률도 1%에 달해, 단태아 임신보다 각각 5배가량 많았다.
한국의 출산휴가는 유럽 나라들에 비해 여전히 짧은 편이어서, 앞으로 더 늘려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13년 작성한 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다태아의 경우 한국은 법 개정으로 늘어난 유급 출산휴가 일수가 17주이나, 일본은 22주, 폴란드는 26주, 프랑스는 34주, 체코는 37주 등에 이른다. 우리보다 최대 2배 이상 출산휴가를 주는 나라도 있는 것이다. 단태아의 경우에도, 한국의 법정 출산휴가는 13주인 반면, 일본은 14주, 폴란드 28주, 프랑스는 16주(자녀 2명 이상일 경우 26주) 등으로 길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단태아와 다태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모두 선진국 수준으로 늘려 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저출산 극복의 핵심 요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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