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입장하는 박근혜 대통령 옆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서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춘재
사회에디터석 법조팀장 cjlee@hani.co.kr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달 말 사실상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지난 8월24일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라”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구성을 지시한 지 두 달여 만이다. 하지만 특별수사팀의 수사 결과는 별로 ‘특별’할 게 없을 것이라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이 우 수석이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먼저 우 수석 관련 의혹의 핵심인 넥슨과의 서울 ‘강남역 땅’ 거래에 대해서는 수사팀이 일찌감치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9월30일 출입기자단에 브리핑을 자청한 뒤 “(거래와 관련된) 팩트만 놓고 보면 자연스럽지 않다고 보기엔 어렵다”, “부동산 거래의 성격은 거의 파악됐고, 자유로운 사적인 거래로 보고 있다”, “금품 거래라든가 다른 특별한 점도 없었다”는 말을 늘어놨다. 하지만 거래 과정을 찬찬히 따져보면 수사팀의 판단은 납득하기가 어렵다. 넥슨은 우 수석 처가가 보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역 땅을 당시 부동산 광고에 나오는 매매가(1100억원대)보다 비싼 1300억여원을 주고 샀고, ‘사옥 부지’로 매입하고도 첫삽도 못 떠본 채 곧바로 부동산 개발업체에 처분했다. 우 수석 처가는 고 이상달 회장한테서 물려받은 재산의 상속세를 내지 못해 쩔쩔매다가 이 거래로 골칫거리를 한방에 해결한 반면, 넥슨은 세금과 금융비용 등으로 결과적으로 손해를 봤다. 이런 팩트들을 종합해보면 결코 ‘자연스러운 거래’로 보이지 않는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고발한 우 수석 아들의 의경 보직 특혜도 경찰의 ‘자작극’으로 결론 내는 분위기다. 우 수석이나 그의 아내가 경찰에 의경 복무 중인 아들의 보직 특혜를 부탁한 단서를 찾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결국 남는 것은 ‘가족회사’ ㈜정강을 이용한 탈세 및 ‘생활비 떠넘기기’ 의혹과 우 수석 처가의 경기도 화성시 땅 차명 보유 의혹이다.
법조계에선 둘 다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 수석 가족이 회사 명의로 리스한 고급 외제차인 마세라티 등을 법인 사업 목적과 무관하게 사적으로 사용하고, 회삿돈을 통신비 등의 명목으로 빼내 생활비로 쓴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팀은 우 수석에게 형사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강은 우 수석 가족이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자본금이 모두 우 수석 쪽에서 나와서, 일반 주주로 구성된 회사의 횡령·배임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논리다. 설사 형사처벌을 하더라도 최대주주이자 회사 대표인 우 수석의 아내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회사 업무에 관여하지 않은 우 수석은 처벌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우 수석 처가의 경기도 ‘화성시 땅 차명 보유 의혹’에도 검찰이 이런 논리를 적용하려 한다는 말도 나온다. 기흥컨트리클럽 인근 땅 7필지 1만4000여㎡를 이상달 회장 측근인 이아무개씨 명의로 차명 보유한 것은 우 수석 처가 쪽에서 처리한 일일 뿐 우 수석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 수석이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검찰이 최근 신동빈 회장 등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적용한 법리와 배치된다. 롯데 수사팀은 신 회장의 친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390억원대의 ‘공짜 급여’를 타낸 혐의(횡령)를 적용했다. 신동주씨는 ‘동생이 알아서 한 일이다. 나는 한국 롯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신 회장의 횡령 범죄로 이득을 봤기 때문이다. 우 수석도 ‘처가 쪽에서 알아서 한’ 횡령으로 이득을 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당연히 공범 관계가 성립한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더욱이 우 수석의 장인인 이상달 회장은 생전에 우 수석을 각별히 아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골프장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법률적 문제를 우 수석과 상의했다는 증언도 있다. 우 수석의 장모 김아무개씨는 넥슨과 강남 땅 매매 계약을 할 때 ‘검사 사위한테 계약서를 한번 보도록 해야겠다’며 우 수석을 계약 현장으로 불러냈다. 처가에서 상속받은 재산으로 공직자 가운데 최고의 거부가 된 우 수석이 처가 일에 나 몰라라 했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검찰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