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법] 법 앞에 선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서울고등법원 민사30부 재판부와 변호인 등이 지난 6월20일 전남 고흥 국립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에 대한 강제낙태와 정관수술에 대한 특별재판을 한 뒤 한센인의 사체를 해부하던 검시실을 살펴보며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고흥/공동취재사진
자국민·비자국민 나눌 수 없다 판단
한·일 정부 상대 소송 적극 지원 2003년, 마침내 소록도병원 환자 117명이 일본 정부에 보상 신청을 했으나 거부되자, 다시 도쿄지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송 비용은 모두 일본 변호사들이 부담했다. 1심 소송은 2005년 10월 패소했지만, 일본 의회가 2006년 2월 보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일제 강점기 한국의 한센인 피해자들도 결국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지금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해방 이후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것이다. 그런데 도쿠다 변호사가 한국의 문을 두드린 뒤 일본 정부에 보상 신청을 하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사정은 무엇일까. “처음 도쿠다 변호사가 소록도를 찾았을 때 그곳 한센인들은 모두 비웃었어요. 단 한 번도 법으로부터 보호를 받은 기억은 없는 반면에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한테서 고통받은 기억은 생생했던 거지요. 마음을 열고 정성을 다해 대화하고 유대감을 쌓으면서 한 사람 한 사람 원고를 모아갔습니다.” 지금까지 한센인 소송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조영선 변호사는 “가해국 쪽 법조인이 먼저 고개를 숙이며 끈질기게 기다렸기에 한국의 한센인들이 법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돌이켰다. 지난 5월, 미쓰비시중공업에 동원돼 강제 노동을 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일본 법정 투쟁을 기록한 <법정에 새긴 진실>이 출간됐다. 이 책에는 1999년부터 10년에 걸친 재판 동안 원고들의 항공료와 체류비용 일체를 지원해온 ‘나고야 소송 지원회’와 무료 변론을 해온 공동 변호인단의 활동 내용이 소개돼 있다. 미쓰비시를 상대로 한 이 소송은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최종 패소했지만, 원폭 피해 부분에 대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별도의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법정에서도 미쓰비시를 상대로 여러 건의 손해배상 소송들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장완익 변호사는 구수정씨 피소 사건 변호인단도 이끌고 있다. 장 변호사는 “양심적인 일본 법조인들이 보여준 모습이 우리가 베트남 민간인 피해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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