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청와대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1분40여초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뒤돌아 떠나는 박근혜 대통령. 공동취재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했다. 머리 숙였다. 그 짧은 95초. 사과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THE LAB h) 대표는 짜증이 치밀어 중간에 티브이 껐다고 한다. 왜? 그를 초대손님으로 모셨다.
-사과문 내용이….
“후졌죠. 녹화방송도 말 안 되고. 변명하다 ‘어쨌든 사과드린다’는 식.”
-사과 하면 ‘아임 소리’(I’m sorry).
“핵심은 ‘아이 워즈 롱’(I was wrong)이죠. ‘롱’은 아니지만 여러분 놀라셔서 사과한다는 투잖아요. 잘못 절대 인정 않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했어요.
“궁지 몰리기 전 사과했어야죠. 자기가 자기 때렸어야 하고. 검찰 통해 전모 밝힌다거나. 액션으로 보여줬어야 할 일. 사과 이전 신뢰 잃었는데 ‘순수한 마음’ 어떻게 믿어요.”
-사과 연구에서 매력적 케이스라고.
“‘무늬만 사과’의 극적인 경우 탐구하게 해줬지요.”
-사과란 무엇인가요.
“자기의 취약성 인정하는 것. ‘모르고 한 실수’든 ‘알고도 한 잘못’이든. 사과를 사과문으로 생각하지 말라고들 합니다. 잘못 받아들이고 개선하는 행동이 사과 효과 증폭시켜요.”
-좋은 예 들어주신다면.
“<비비시>(BBC)에서 디제이이자 코미디언으로 활동한 지미 새빌의 성추문 폭로된 적 있어요. <비비시> 데스크들이 기자들 취재 못하게 한 것도 드러났고. <비비시>는 조사위원회 중요 자리에 경쟁사인 <스카이 뉴스> 전임 사장 위촉했어요. 삼성 조사위원회에 엘지 전임 사장 위촉한 셈. 예상 뛰어넘는 ‘담대함’이 있잖아요. 이 정도는 해야 신뢰 가죠.”
-기대 힘든 거 아시잖아요.
“어릴 적 학교에서 자기 시험지 자기가 채점한 적 있죠? 그렇게 되겠죠.”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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