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세계 최저수준이다. 경기도 일산의 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비어있는 침상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윤운식 기자
공무원과 교사가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는 뭘까?
31일 <한겨레> 의뢰로 국민건강보험공단 박종헌 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직장가입 여성 중에서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의 분만율(가입자 대비 분만 비율)은 6%인 데 견줘 일반회사 직장인은 3.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100명 중 6명이 아이를 낳는 동안에 일반회사 직장인은 100명 중 3~4명만 낳았다는 얘기다.
이는 안정적 직장에 다니는 여성들이 아이를 더 많이 낳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014년 보건사회연구원이 공무원 총조사(2013년)와 인구주택총조사(2010년)를 바탕으로 ‘취업여성의 출산행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공무원과 학교 교사의 출산율은 각각 1.25명과 1.17명으로, 전체 취업여성의 출산율 0.72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혼한 교사 중 절반 이상이 다자녀를 두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교육부가 올해 7월 기준으로 조사한 ‘시도별 다자녀 교원 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교원 66만7655명 중 기혼자는 50만2532명(75.2%)이며, 기혼자 중 50.6%가 둘 이상의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배경에는 공무원·교사 직업군이 고용 안정성이 높을 뿐 아니라 육아휴직 사용이 용이하고 경력단절 위험도 낮다는 점이 두루 반영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예로, 지난해 보사연이 출산 전후 6개월간 취업 중이었던 기혼여성의 육아휴직 사용 경험(2011년 이후 막내 출생아 기준)을 조사한 결과, 공무원·국공립교사의 77.3%가 육아휴직 경험이 있는 데 비해 일반회사 등 민간부문 직장인은 33.1%에 그쳤다.
직업 안정성은 결혼할 확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유진 보사연 연구위원이 ‘국민생활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35살 미만 청년부부 가구 중 남편과 아내가 모두 상용직인 가구의 비율은 2003년 32.7%에서 2011년 48.2%로 높아졌다.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이들끼리의 결혼이 많아진 것이다. 특히 여성 배우자 중 상용직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38.1%에서 53.7%로 껑충 뛰었다. 결혼조건으로 여성의 안정적 일자리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황보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