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가 10월31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김봉규 선임기자(사진뉴스팀)는 청평으로 갔다. 10월31일 아침 신문사로 온 제보전화 때문이었다. 최순실이 청평의 한 병원에 있다고 했다. 11시쯤부터 병원 근처에서 ‘잠복’했다. 긴장감 흘렀다. 한데 이상했다. <채널에이> 로고 단 차량이 활보했다. <와이티엔>, <조선일보> 차량도 나타났다. 저마다 제보받았을까. 최순실은 나오지 않았다.
박종식 기자(디지털사진팀)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갔다. 기자 300여명이 몰렸다. 오후 3시 최순실이 모습 드러냈다. 청사 입구에서만 찍기로 했다. 사진기자들 사이 묵계였다. 포토라인은 금세 아수라장 됐다. 박종식 기자는 묵계 깨고 청사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안경 벗고 고개 든 최순실 얼굴을 유일하게 잡아냈다. 박 기자는 2013년 7월19일 오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선글라스 낀 그를 촬영했던 인연 있다.
-사진 찍기 힘들게 꽁꽁 가렸는데.
“포토라인에 잠깐 선 뒤 막 들어왔죠. 질문도 안 받고. 기자들이 ‘가리지 마’ ‘모자 벗겨’라고 악쓰고. 기자 한 명이 최순실 제지하자 옆에 있던 수사관이 밀쳐 나동그라졌어요. 난장판.”
-왜 청사 안으로 들어갔는지.
“검찰과 피의자 쪽에서 최소한 규칙도 지키지 않았잖아요. 순식간에 여기서 그만 찍을 수 없다고 판단. 욕먹는 건 잠깐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니까. 약속 깬 건 유감.”
-청사 안에선 근접촬영.
“최순실과 1m 거리. 숨소리까지 들렸어요. 모자와 안경 벗겨진 채 엘리베이터 찾느라 고개 들던 순간을 포착.”
-3년 만에 최순실 만났는데.
“그냥 여자 수사관 팔만 꽉 잡고 있었는데 머리숱 많이 빠진 느낌. 겁에 질려 보였어요. ‘척’한 것이겠지만.”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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