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역피라미드 시대 ④요양원이 된 어린이집
사회가 노인 부양해야 하는 시대
사회가 노인 부양해야 하는 시대
인천 서구의 ㄱ요양원 병실에서 노인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모습. ㄱ요양원은 3년전만 해도 120명의 아이들이 뛰어노는 어린이집이었지만 현재는 29병상이 있는 요양원으로 바뀌었다. 이 병실은 원래 아이들이 수업을 받던 교실이었다. 황보연 기자
인천 서구 ㄱ 요양원(오른쪽)은 원래 어린이집이었다.
노인요양시설은 7년새 2배로
2060년엔 ‘1대1 부양시대’ 예고
노인들 자식과 떨어져 살지만
빈곤율 50% ‘OECD 최고’
“일자리 만들어 소득 늘리고
건강·요양보험, 기초연금 강화를” ■ 지금도 노인빈곤 심각한데…준비없이 맞는 노후 어느 나라든 베이비부머들이 노인으로 합류하면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된다. 그만큼 인구 수가 많은 집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지난해 기준 657만명(전체 인구의 13.2%)이다. 1차 베이비부머(올해 53~61살, 지난해 기준 711만명)가 차례로 노인이 되기 시작하는 2020년 이후로 노인 인구 증가는 한층 더 가팔라질 예정이다. 2060년이 되면 인구 10명 중 4명은 65살 이상인 ‘노인의 나라’가 된다. 노인이 많아지면 부양 부담도 커진다. 우리나라는 2060년에 ‘1 대 1 부양시대’를 맞게 된다.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어린이 인구 1명을 부양해야한다는 뜻이다. 이는 주요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출생아 수 감소로 인해 어린이(0~14살 유소년)에 대한 부양비는 2060년이 되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인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20명 안팎에 그치지만, 노인에 대한 부양비는 지난해 18.1명에서 2060년 80.6명(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10~2060년’ 중위가정 기준)으로 늘어난다. 부양할 노인 인구의 증가는 의료비 등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개인적으로 준비 없이 노후를 맞는 노인이 많다면 전체 사회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서울 용산구의 한 쪽방에서 홀로 사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김철수(가명·70)씨는 “생활비와 주거비로 정부에서 한달 65만원 정도를 받는다. 먹는 것을 줄여 근근이 살아갈 수는 있지만, 친구를 만나서 술 한잔하기는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정부에서 받는 기초생활보장 급여 이상으로 돈을 더 벌 수 있는 안정적 일자리를 얻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해 김 어르신과 같은 기초생활보장 노인 수급자는 41만9천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27%였다. 지금도 우리는 유독 노인이 가난한 나라다. 노인 상대빈곤율(2013년 기준 49.6%, 가처분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 미만인 노인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현재 노인 세대는 연금 등 노후소득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해 주변부 일자리로 옮기거나 그나마 일자리를 잃으면 소득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을 타는 노인 비중은 올해 6월 기준으로 36%에 불과하다. 사적연금 소득이 있는 노인 비율도 0.8%(2014년 기준)에 그친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과거에는 가족 내에서 부양을 받는 노인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자식과 떨어져 독립된 가구로 살아가고 있다”며 “서구 나라들에서는 국민연금을 충분히 받게 됐을 때 자식들과 떨어져 살게 됐지만, 우리나라는 소득이 변변찮은 상태에서 독립가구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16 고령자 통계’를 보면, 10년 전(2006년)에는 고령자의 67.3%가 부모부양을 ‘가족’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2014년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비중이 34.1%로 뚝 떨어졌다. 정부는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후 출생한 ‘미래 노인 세대’(현재의 중장년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학력수준과 근로능력이 뛰어나 더 오래 일을 할 수 있고, 국민연금 수급자 비율도 올라가기 때문에 현재보다는 노인빈곤 문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저임금·불안정 고용이 늘어나고 있는 노동시장 상황을 보면 그리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재도 노인들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연령은 72.9살(2014년·남성 기준)로 상당히 늦다.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이후에도 계속 근로소득에 의존하며 사는 이들이 많지만,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되는 고령 일자리는 많지 않다. 미래 노인 세대가 오래 일한다고 해도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리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중장년 세대도 비정규직 일자리와 자영업자 등이 많다 보니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점도 참작해야 할 변수다. 지난해 기준으로 1차 베이비부머 가운데 국민연금 보험료를 10년 이상 내어 연금 수급권을 확보한 이들의 비중이 30%대에 그친다. 현재 중장년 세대는 자녀를 키우고 독립시키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청년 세대가 취업·결혼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부모 세대가 이를 함께 떠안게되면서 자산을 소진하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결과적으로 스스로의 노후 준비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청장년기부터 대비하고 복지재정 더 확충해야 전문가들은 우선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예비 노후소득 축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소득 문제의 해결은 노인으로 진입하기 이전의 청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정책 대응이 선결과제”라며 “청장년기일 때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고, 이때부터 노후준비를 시작해야 제대로 대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고령화의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풀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고령자에게 적합한 ‘연성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야 한다. 이렇게 되면 노인도 사회보험 납부자로 전환될 수 있어,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늦추거나 기초연금 급여율을 더 올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노인이 늘어나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저부담-저복지’ 구조에서 벗어나 복지재정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증 질환을 앓는 노인 인구는 앞으로 더 많아질 텐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성은 아직 60%대에 그친다. 중간 소득계층 노인들도 일단 중병에 걸리면 의료비로 남은 재산을 다 쓰고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정순둘 이화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노후의 과도한 의료비용으로 인한 노후파산이라는 일본의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노후준비가 안 돼 의료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노인을 위한 의료대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복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앞으로도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초연금 지급액을 높이고 대상자를 넓히는 것이 노인 빈곤을 막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국가 예산에서 지급되기 때문에 복지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노인 인구 내에서의 고령화 추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활동력이 있는 ‘젊은 노인’과 더 취약한 ‘초고령 노인’을 구분해서 정책을 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노인 인구를 전기노인(65~74살)과 중기노인(75~84살), 후기노인(85살 이상)으로 구분할 경우,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388만명과 217만명, 52만명이다. 전기노인이 전체 노인의 59%로 가장 큰 비중이었고, 중기노인과 후기노인이 각각 33%와 8%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전기노인(72%→59%)의 비중이 낮아진 대신 중·후기 노인 비중이 각각 높아졌다. 김재호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책임연구원은 “전기노인보다는 후기노인의 빈곤율이 더 심각하다. 신체적 기능이 떨어지고 경제활동도 어려운 후기노인에게는 기초생활 보장 차원의 생계급여나 기초연금 등을 좀 더 관대하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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