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석회의에선 왜 서울대 총장 선출이 거론됐을까.
7일 <한겨레>가 유족 동의를 얻어 입수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이른바 비망록)을 보면, 2014년 6월15일치에 ‘6/19(목) 서울대 총장 逆任(역임·거슬러 임명함)’이라는 메모가 나온다. 6월19일치에는 ‘서울대 총장’이라고 적혀 있다.
2014년 6월19일은 15명으로 구성된 서울대 이사회에서 성낙인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제26대 총장으로 선출한 날이다. 당시 투표 결과는 논란을 빚었다. 학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1순위로 오세정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2순위로 성 교수와 강태진 재료공학부 교수를 이사회에 올렸지만, 토론 없이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사회 투표에서 2순위 후보자인 성 교수가 총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김 전 수석이 서울대 이사회 투표 나흘 전 흘려 쓴 글자 ‘逆任(역임·거슬러 임명함)’과 상황이 맞아떨어진다. 청와대가 관여했거나 최소한 이사들의 표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시 서울대 총장 선출 과정을 잘 아는 전직 서울대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청와대 개입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막연히 짐작은 했지만 정말 그랬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투표에 참여했던 한 이사는 “당시 총추위에서 올린 세 명의 후보를 제로베이스에서 동일하게 보고 이사들이 자율적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사들이 총추위에서 올린 순위에 얽매일 필요가 없고, 청와대 입김도 없었다는 것이다.
석연찮은 성 총장 선출 과정은 그가 영남대 교수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성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사장이었던 영남대에서 1980년 강사로 일한 것으로 알려졌고, 1981년 9월 전임교원으로 임용돼 1999년까지 19년 동안 법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박 대통령은 1980년 4월부터 11월까지 영남대 이사장직에 있었고, 이후 1988년까지 평이사로 재직했다.
성 총장은 영남대 임용 당시 석사학위 소지자였다. 1983년부터 1987년까지 프랑스 파리2대학으로 유학을 가 박사학위를 받고 영남대로 돌아왔다. 박사학위 취득과정과 관련된 특혜 의혹에 대해 성 총장은 “4년 유학 기간에 2년은 학칙에 따라 해외연수를 간 것이다. 재직 중인 상태라 월급을 받았고 나머지 2년은 휴직을 했다”며 “학교로부터 지원받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해명했다. 또 “영남대 재직 당시 박 대통령을 포함해 재단 관계자들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대 한 교수는 “2순위인 성낙인 교수가 총장으로 선출되자, ‘영남대 출신이라 박근혜 대통령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북대, 한국방송통신대, 순천대, 공주대 등 국립대에서 자체적으로 낙점한 총장 후보자들이 아무런 이유를 듣지 못한 채 총장에 임명되지 못하면서 총장 공석사태가 잇따랐다. 그러나 성 교수는 이사회 선출 한 달 뒤인 2014년 7월18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김규남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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