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지에 진보 예술가 등 고발 지시 정황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 조사 예정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등 조사 예정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언론 등에 공개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를 입수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박 특검팀은 최근 김 전 비서실장을 출국금지하는 등 그에 대한 수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영한 전 수석의 업무일지에는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추정되는 내용이 빼곡이 담겨 있다. 이 가운데 박 대통령을 풍자하는 그림을 그린 홍성담 작가를 고발하라고 지시하거나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의원 등을 고발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담겨 있어, 직권남용 등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14년 8월7일치 메모에는 ‘우병우 팀, 허수아비 그림, 애국단체 명예훼손 고발’이라고 적혀 있다. 박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한 ‘세월 오월’이라는 그림을 그린 홍 작가는 메모에 적힌 다음 날 보수단체인 보수국민연합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이 작품은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에도 전시되지 못했다. 7월13일에는 ‘권은희 고발’이라는 문구가 등장하는데, 이튿날인 14일 권 의원은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과 관련해 ‘모의위증죄’로 고발됐다. 이에 대해 김 전 비서실장은 지난 7일 열린 2차 청문회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또 2014년 10월께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실·국장 6명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 가운데 3명은 실제로 공직을 떠났다. 2013년 8월부터 1년 6개월동안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근무한 김 전 실장은 청문회에서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내내 주장했지만, 2007년 그가 최씨를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뒤늦게 “나이가 들어 착각했다”며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특검팀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최씨 등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민정수석실 감찰반의 보고를 묵살하는 등 직무유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또 시민단체의 고발로 변호사법 위반 및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한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 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던 우 전 수석은 22일로 예정된 5차 청문회에는 출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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