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9일 오전 전남 나주시 공산면의 한 씨오리 농장에서 시료검사 결과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돼 작업자들이 방역복을 입고 예방적 살처분을 한 오리를 묻고 있다. 연합뉴스
예전엔 생매장했다. 지금은 독가스 먼저 넣는다. 미리 마구 죽여 처리한다는 뜻의 ‘예방적 살처분’. 한 달 남짓 동안 죽어 묻힌 닭과 오리가 2천만마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기세 꺾이지 않는다. 발생 지역 반경 500m 내 있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현장 다녀온 박경만 기자다.
-11월 말, 포천과 양주 돌아봤다고.
“살처분 막 마친 곳에선 동물 사체 썩는 냄새 심해요. 속 메스껍고 머리 지끈. 방역작업 철저하다는 인상은 별로.”
-어떻게 죽이는지.
“밀폐형 계사에선 이산화탄소 가스통 틀어 한꺼번에 질식사. 창문 있는 재래식 계사는 몇십 마리씩 일일이 통이나 포대에 담아 가스 틀어 질식시키는데 안 죽거나 나중에 깨어난 애들 많다고.”
-2014년 살처분 땐 생매장했죠.
“잔인하다는 지적 일어 안락사 도입. 큰 농가에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도 하고.”
-죽인 뒤 탱크에 묻는다던데.
“농림축산식품부 권고예요. 전엔 비닐 깔고 땅에 묻었죠. 액비저장용 탱크인 섬유강화플라스틱통(FRP) 20톤짜리면 7천마리 넣어 묻을 수 있대요. 침출수 오염 없지만 농가에서 통값 부담. 20톤짜리가 1천만원 정도라니.”
-살처분, 누가 하나요.
“공무원은 대부분 관리감독. 주로 용역업체에서 처리. 포천시에선 많을 땐 하루 100명 이상 투입. 일당 13만원. 예방주사에 타미플루 먹고 방역복 입은 채 하루 8시간…. 감염 우려로 내국인 꺼려 외국인 많대요. 예방적 살처분 빼곤 모든 비용 농가 부담.”
-현장에서 떠오른 의문 있다면.
“공장식 대량사육 해야 하나. 악순환 거듭하며 이렇게 키워야 하나. 닭도 목숨 하나뿐인 생명체인데 이렇게 막 대해도 될까요. 육식에 대한 회의까지….”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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