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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7년이나 재판에 시달린 2008년의 촛불들

등록 2016-12-21 10:56수정 2016-12-26 08:27

10대 소녀 중심 생명권 요구에
물러서는 듯했던 이명박 정부
촛불 줄어들자 유혈진압 돌변
교통방해죄 적용 무리한 처벌
종편 허가해 여론시장도 장악
2008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규탄하는 촛불 행사를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08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과 학생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규탄하는 촛불 행사를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경기도 이천에 사는 강연희(45)씨는 2008년 6월28일 밤 12시께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촛불 시위를 구경하다가 경찰에 잡혔다. 밤 12시 이후 시위에 참여하고 교통을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기 위해 현장에 나갔지만 연행 당시엔 인도에서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검찰은 약식기소했지만 강씨는 정식 재판을 요구했다. 일몰 후 집회와 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위헌성을 따지는 심판이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면서 강씨의 재판은 일단 중단됐다. 헌재는 옥외 집회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무죄),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옥외 시위는 한정 위헌(밤 12시 이전 무죄) 결정을 내렸다. 강씨는 2014년 10월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항소해 2015년 5월 무죄로 뒤집혔고 8월에 확정됐다. 체포된 지 7년 2개월 만이었다. 강씨는 “그때 경찰은 시위대에 물대포 쏘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마구 잡아갔다. 무슨 인원수를 채우듯이 매일 밤 그랬다. 나는 구호 한번 외치지 않았는데 끌려갔다”고 말했다.

2008년 5월2일부터 10대 소녀들을 중심으로 타올랐던 광우병 촛불집회는 8월 초까지 100차례 이상 진행되며 일정한 성과를 냈지만 ‘승리의 경험’으로 기록되지 못했다. 촛불의 힘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끌어냈다. 촛불이 줄어들자 정부는 돌변했다. ‘순수한 촛불집회’와 ‘불법 행진’을 구분하고 전경 버스를 동원해 ‘명박산성’을 세웠다.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전체 입건자는 1591명이나 됐다. 당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었던 박원석 전 국회의원(정의당)은 “검찰은 2008년 촛불이 청와대로 행진할 때 차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했다. 이 기준이라면 2016년 촛불도 모두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로는 합법 시위지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면 지금도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전 의원도 같은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받아 오는 2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여론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명박 정부는 방송 장악에 나섰다.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을 사실상 불법적으로 해임하고,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보도한 문화방송 <피디수첩>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강행했다. 조능희 피디는 “2008년 촛불은 미국과의 재협상을 통해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큰 성과를 냈지만 이명박 정부는 반성하기는커녕 공영방송을 망가뜨리고 종합편성채널에 특혜를 줘 언론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시민사회단체도 막지 못했다. 시민의 힘을 모아낼 영향력과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시민단체는 제도화되고 전문화됐고 그만큼 일반 시민들과 거리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정부·국회·대기업 등과 대결하는 활동에 집중하고,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의 역할이 커지면서 시민단체는 시민들에게 낯설고 어려운 대상이 돼버린 것이다. 이런 거리감은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아시아연구원의 사회신뢰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단체의 신뢰도는 2007년(5.8점)부터 2016년(5.0점)까지 완만하지만 한결같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도 시민단체 지도부에 대한 신뢰도는 2003년부터 하락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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