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한겨레 사회붑니다. 저는 전화를 받아요. 직통 번호는 (02)7100-111. 보통 대표전화 (02)7100-114로 많이들 하시죠. “제보하겠다”고 하시면 저에게 돌려줍니다. 자, 말씀하세요.
요즘 입시나 학교 비리 제보가 많아요. 초등학교와 대학 가리지 않죠. 어느 사립초등학교에 정유라 같은 교장 딸이 있대요. 그 딸 때문에 등교 시간까지 바뀌었다면서. 재건축 관련 전화도 꽤 와요. 조합 비리 때문에 집에서 쫓겨날 처지라는 거예요. 인터넷으로 식품 주문했는데 상했다면서 기사로 써달라는 분도 있고요. 하루에 10여통. 그중 7통 정도가 남자분들이죠. 제보는 기록으로 남겨 기자들에게 보냅니다.
팩스, 온라인, 이메일, 편지로 오는 제보도 제가 처리해요. 최근 온라인으로 최순실 관련 제보가 쏟아졌어요. 정유라, 장시호와 가까운 사람들 안다면서 전화번호 적어주신 분도 계셨고.
신문사로 직접 찾아오시기도 하죠. 방문 제보. 언젠가 한 분은 “국민의 30%가 간첩”이라고 했어요. 50대 남자분이셨죠. 가족들이 자기를 정신병원에 가뒀다는 거예요. 책을 제본해 보내주신 분도 계세요. 자기 머리에 칩이 박혀 있대요. 삼성이 관리한대요.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전화로 반복하시는 분도 있어요.
참, 전화 주신 분 중에 극히 일부는 욕설을 하고, 소리 지르고, 성적인 농담 하세요. 한 번 더 그러시면 전화 끊겠다고 경고해 드리죠. 세상엔 참 안타까운 일들 많아요. 절실한 처지에서 전화했지만, 제가 봐도 너무 개인적이라 기사 되기엔 어려워 보여요. 그래도 모르죠. 개인적인 일이 보편적인 일이 되기도 하니까요. 올해 제보자 여러분 고생 많으셨어요. 새해에도 힘내세요. 2016년 보내며… 저는 사회부 아르바이트 학생 ○○○이었습니다.
고경태 신문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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