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임성준군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피해자 가족 김아련씨의 손을 잡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8부는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신현우 옥시 전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독성이 들어간 가습기살균제 제품 판매로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제조업체 임직원들에게 1심에서 실형이 내려졌다. 2011년 정부가 원인 미상의 폐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문제가 공론화된 지 6년만의 판결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8부(재판장 최창영)는 6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현우(69)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존 리(49) 전 대표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10월 흡입독성 실험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독성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제조·판매해 73명을 숨지게 하는 등 모두 181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로 지난해 6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제품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인체 무해’, ‘아이에게도 안심’ 등의 홍보 문구를 붙여 허위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도 있다.
옥시제품을 모방한 제품을 출시해 수십명의 피해자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 등)로 재판에 넘겨진 노병용(66) 전 롯데마트 대표와 김원회(62)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에게는 각각 금고 4년과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또 PHMG보다 독성이 강한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이 들어간 제품을 제조·판매해 27명의 피해자를 낸 ‘세퓨’의 오유진(41) 대표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옥시와 세퓨, 홈플러스 법인에는 1억5000만원의 벌금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충분히 검증하지도 않고 막연하게 인체에 안전할 것이라 믿었다”며 “피해자들은 원인도 모른 채 극심한 고통을 받다 사망하거나 평생 보조기구를 사용해야 한다”며 이들 대부분의 업무상 과실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2005~2010년 옥시의 대표이사를 맡았던 존 리씨에 대해서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존 리에게 직접 보고하는 관계에 있던 전직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지난해 거라브 제인 전 옥시 대표 등이 검찰의 소환 요청에 잇따라 불응하는 등 해외 체류 중인 옥시의 외국인 전 임원들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옥시와 세퓨 쪽이 허위 문구를 내세워 제품을 판매해 이득을 챙겼다는 혐의(특경가법의 사기·상습사기)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인체 유해성을 알고도 피해자들을 속여 금전을 편취한다는 범의가 있어야 하는데, 피고인들은 강한 흡입독성이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었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신 전 대표에게 특경가법 위반 혐의 등을 포함해 징역 2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법정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족들이 대거 방청을 왔다. 옥시 제품을 사용하다 5년 전 두살 딸을 잃은 김아련(40)씨는 존 리 전 대표를 향해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라. 당신 양심은 (유죄를) 알 것”이라며 절규하기도 했다. 산소통에 의지해 이날 재판을 지켜본 피해자 임성준(14)군의 어머니 권미애(41)씨도 “성준이는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갈 수 없다. (신 전 대표가 징역) 7년으로 죗값을 받을 수는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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