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과 시월드에 관한 질문 받은 며느리 기자단이 기혼 남성들한테 ‘반사’를 했다. ‘미러링’이라고나 할까. 그녀들 질문 그대로 옮겼다. 단출하게 ㄹ, ㅁ 기자만 모셨다.
명절 문화, 여전히 너네 문제 아닌 거 같지? 노. 우리 집안에도 문제 있음. 여자들 부엌에 득실거리는데, 남자는 없음. 손님 몰려들면 남자가 부엌에 머물 공간(또는 분위기) 자체가 없음. 한번은 부엌에서 일 좀 했더니 누군가 농담조로 한소리. 그러자 마눌님이 ‘얼씬거리지 마라. 내가 더 불편하다’고.(ㄹ기자) 구조적 불평등과 비합리 분명히 내재. 솔직히 ‘내 문제’라고 말하면 위선적인 것 같고, ‘우리’ 문제라고 해야 할 듯. 내 아내 문제이기도 하고, 자라나는 내 딸 문제이기도. 나중에, 딸 하나 있는데 시가 멀어 명절에 볼 수 없다면 섭섭하겠지.(ㅁ기자)
명절 문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시나? 노. 안 바뀌었음.(ㄹ기자) 전통 고수하는 우리 집도 안 바뀜. 그러나 차례 안 지내고 명절 자체를 연휴로 소비하거나 ‘가족 모임’으로 대체하는 사람들 늘고 있음. 그 사람들한테는 많이 바뀐 것.(ㅁ기자)
뭐가 제일 바뀐 거 같은지 의견이나 들어보자 제사상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음식량 조금 준 정도? 그만큼 일손 줄었기 때문에 각자 하는 일의 양은 비슷할 듯.(ㄹ기자) ‘교차 방문’은 늘지 않았나? 양성평등 의식 높아지고 교통수단 발달한 영향. 성묘까지 마치고 나면 아버지가 빨리 처가 가라며 등 떠민다. 속마음은 꼭 그렇지 않겠지만, 어른들도 시대와 타협하는 셈.(ㅁ기자)
너네도 스트레스라는 게 있긴 하니? 없음. 욕먹기용으로 굳이 꼽아보자면, 표 예매하기 스트레스? 눈치 보기?(ㄹ기자) 명절은 대체로 즐거운 시간. 많은 혈육 만나 안부 확인하고 아이들 재롱 보는 게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ㅁ기자)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지난해 2월2일 오전 서울 성바오로병원 뒤편 쪽방촌에서 주민들이 관내 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후원으로 합동 차례를 지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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