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시에 있는 문명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17일 오후, 학교 운동장에 모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 집회를 열었다. 사진/문명고등학교 재학생 제공
“문명고등학교와 경상북도 교육청은 문명고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하는 것을 즉시 철회해주십시오.”
경북 경산시에 있는 문명고등학교 학생회가 국정교과서 철회 서명 운동에 나섰다. 문명고는 전국에 있는 5565개 중·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다. 문명고 학생들은 지난 17일부터 일방적으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한 학교 쪽 결정에 항의하며 손팻말 시위를 시작했고, 학부모들도 학교 항의 방문과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명고에 재학 중인 한 3학년 학생은 1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데, 교장 선생님과 이사장이 마음대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해서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고, 화가 난다”라면서 “전국에 있는 학교가 연구학교 신청을 거부한 상황에서 학생들을 불안에 빠지게 하는 국정교과서를 강요하지 말고, 문명고등학교가 처한 상황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18일 온라인 청원운동을 시작했다. 문명고 학생회는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에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해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청원 글을 통해 “교장 선생님께서 16일 오전에 학생들을 강당에 불러 황교안 권한대행이 총리 시절에 한 국정교과서와 관련된 대국민 담화를 시청하게 한 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은) 이미 다 결정이 나버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셨고 학생들의 질문에도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으셨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는 명백히 학생들을 기만한 행위입니다”라고 비판했다.
문명고 학생회는 지난 18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이슈청원에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해주십시오!’ 라는 제목으로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문명고 학생회는 “어떤 (역사) 교과서를 선택하는지는 교과목 선생님들이 충분한 회의를 거쳐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상북도 교육청에서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교사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문명고에서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들을 묵살한 채 (학교 쪽에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역사는 한 가지의 절대적인 해석이 나오는 학문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는 교육부라는 하나의 시선에서 쓰인다”라면서 “국정교과서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된 논지는 검정 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다는 것인데, 오직 한 가지 시선으로 쓰이는 외눈박이 교과서가 현 정권의 입김에 휘둘리고, 편향될 가능성이 더 큰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
19일 현재(오후 3시께) 2672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학생들은 20일 오전 9시30분께 문명고 운동장에 모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사진 문명고등학교 재학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