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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소환 앞둔 박근혜, 전두환·노태우 누구의 길을 따를까

등록 2017-03-16 11:05수정 2017-03-20 14:26

전직 대통령 검찰 수사 살펴보니
전, 골목성명·수감뒤 28일 단식 등 ‘불복의 아이콘’
노, 전직 대통령 최초로 대검 출석…추징금도 완납

1996년 8월26일 수의를 입고 선고 공판을 기다리는 두 전직 대통령 전두환과 노태우. 사진공동취재단
1996년 8월26일 수의를 입고 선고 공판을 기다리는 두 전직 대통령 전두환과 노태우. 사진공동취재단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소환조사 날짜가 3월21일로 정해졌습니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은 검찰과 특별검사팀 조사에 응하지 않았었는데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15일 “검찰이 출석을 요구한 날 조사를 받겠다. 자료 제출 등 제반 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실체적 진실이 신속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노태우·전두환·고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검찰 수사를 받는 네 번째 전직 대통령인데요.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은 전직 대통령은 지금까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군사 독재시절 ‘권력의 시녀’ 였던 검찰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전직 대통령을 검찰 청사에 불러 조사하는 걸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시민들이 일군 민주화’ 입니다.

■ 민심의 힘으로 소환조사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자, 12·12 사태로 지휘권을 빼앗긴 정승화 전 육군참모총장과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가족 등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사건 관련자들을 고소합니다. 검찰은 이러한 사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했을 뿐입니다. 허술한 조사는 부실한 결론으로 이어졌지요. 1994년 10월 검찰은 12·12 사태를 군사 반란으로 규정하고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7월, 5·18 내란 혐의에 대해서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로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지요.

검찰 발표에 시민들은 분노했습니다. 이러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건 비자금 폭로였습니다. 1995년 10월 당시 민주당 소속 박계동 의원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관리하던 비자금 4천억 중 300억원이 시중은행 차명 계좌에 숨겨져 있다고 밝힙니다. 결국 한 달 뒤인 11월1일 오전 10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석해 비자금 조성 경위 등에 대해 16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게 됐지요. 노 전 대통령은 보름 뒤 재소환을 거쳐 11월16일 재벌 총수 등 36개 업체 대표로부터 2385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됩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소식을 전한 <한겨레> 지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 소식을 전한 <한겨레> 지면.

■ ‘불복의 아이콘’ 전두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는 데는 기나긴 세월이 필요했습니다. 1988년 총선으로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됩니다. 이에 힘입어 제5공화국 비리를 규명하기 위한 헌정 사상 첫 청문회가 진행됐지요. 그해 11월23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전 전 대통령은 “모처럼 시작된 민주화를 통해 국민의 화합을 이룩할 수만 있다면 저는 어떤 단죄도 달게 받아야 할 처지임을 깊이 깨우치면서 국민 여러분의 심판을 기다리겠다”는 사과와 함께 전 재산 헌납을 약속하고 강원도 인제 백담사로 떠납니다. 그가 서울 연희동 집으로 돌아온 건 2년여가 흐른 1990년 12월30일이었습니다. 물론, 사법처리는 이뤄지지 않았고요.

그러나 5년 뒤, 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자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처벌 요구도 거세집니다. 노 전 대통령이 ‘대도(큰 도둑)’라면 전 전 대통령은 ‘왕도(왕 도둑)’라는 거였죠. 1995년 11월 검찰은 서울지검에 12·12 및 5·18 사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재수사에 나섭니다. 반란 혐의 등 피의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도 검찰 소환이 통보됐지요. 그러나 소환 예정일이었던 12월2일 전 전 대통령은 연희동 자택 앞에서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골목 성명’을 호기롭게 발표하고 경남 합천 고향마을로 내려가 버립니다. 검찰은 곧바로 법원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날 밤늦게 영장이 발부됩니다. 다음날 새벽, 5촌 조카 집에 머물다 구속된 전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로 압송됐지요.

▶관련기사: 박근혜 ‘대독 성명’이 소환한 전두환 ‘골목 성명’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2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핵심측근들과 경호원에 둘러 싸인 채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5년 12월2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핵심측근들과 경호원에 둘러 싸인 채 검찰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두환의 옥중 단식투쟁?

안양교도소 3.5평 독방에 수용된 이후에도 ‘불복’은 계속됐습니다. 제5공화국 정통성을 수호하겠다며 단식투쟁에 돌입한 겁니다. 당시 여·야는 일제히 “국민에 대한 모욕이며 정면도전” 이라며 비판 성명을 냅니다. ‘본인이 양심수인 줄 안다’는 한탄도 쏟아졌습니다. 단식 16일째인 12월20일엔 서울 가락동 국립경찰병원으로 이송돼 특실에 입원합니다. 단식 기간 중에 생존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물에 타 마시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절식’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여러모로 입길에 올랐던 단식투쟁은 그해 12월30일 전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로 중단됩니다. 그가 안양교도소로 돌아간 건 다음해 3월2일이었습니다. 1996년 3월3일치 <경향신문>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이 73일 동안 교도소 대신 경찰병원에서 머무는 데 들어간 비용은 45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특실 이용료와 치료비 700여만원 외에도 전경들 식대 등 경호 비용이 3760만원에 달했지요. 1995년 12월21일 검찰은 그를 군형법상 반란 수괴 등 6개 혐의로 기소합니다. 이듬해 1월 2억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했고요.

1996년 8월26일 1심 재판부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각각 사형·추징금 2259억5000만원, 징역 22년6월·추징금 2838억9600만원을 선고합니다. 이듬해 4월 대법원에서 확정된 두 사람의 형량은 각각 무기징역·추징금 2205억원, 징역 17년과 추징금 2628억원이었죠. 노 전 대통령은 확정판결 13년 만인 지난 2013년 추징금을 완납합니다. 전 전 대통령은 2016년말까지도 1000억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았습니다. 1988년 백담사로 향하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확정판결 직후 대선 정국에 들어서자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에 대한 사면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는데요.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 대화합’을 이유로 전직 대통령를 비롯해 12·12 및 5·18 사건 관련자들을 특별사면합니다.

■ ‘꼬리곰탕’ 조사의 추억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도 검찰 조사를 받지 않았느냐고요? 대통령 취임 전 당선인 시절 조사를 받긴 받았는데요. 2008년 2월17일 다스·도곡동 땅 차명소유 의혹 등을 수사하던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출장 조사’를 나갑니다. 조사가 이뤄진 곳은 서울 성북동 한정식집 삼청각이었고요. <조선일보> 등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 2명을 대동했고 특검보 3명·조사관 1명과 함께 3만2000원짜리 꼬리곰탕 정식을 저녁으로 먹으며 2시간 남짓 조사를 받았습니다. ‘꼬리곰탕’ 조사는 특검의 ‘무혐의 처분’으로 귀결됐지요. 이듬해 검찰은 재임 중 뇌물을 받은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합니다. 2009년 4월30일 오후 1시20분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은 10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습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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