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성 경찰청장이 법무·검찰 고위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 등에 대해 수사할 뜻을 밝혔다.
이 청장은 22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만찬 참석 검사 10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것과 관련해 “실정법 위반 부분은 정확히 확인해서 진행된 것을 말씀드리겠다”며 “수사를 한다. 다만 검찰과 협의해야 하고, 법무부에서 감찰하고 있으니 진행 속도 맞추는 것 등을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서울지방경찰청에 이 사건을 배당했다.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가진 검찰 간부를 경찰이 직접 수사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것은 이례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주목받는 상황에서 주도권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1시10분께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돈봉투 사건 관련 언론보도를 근거로 개인의 고발장이 지난주 대검에 접수돼 오늘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고 알렸다. 검찰이 고발 접수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는 일은 드물다.
현행 ‘검사의 수사지휘’ 규정 78조는 ‘동일한 사건을 2개 이상 기관에서 수사하는 경우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지휘할 수 있고, 경찰은 즉시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우리에게도 고발 접수된 게 있다’고 밝힌 건 여차하면 사건을 가져가겠다는 포석”이라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새 지검장이 부임한 만큼 전임 지검장이 관여된 사건이라도 수사가 가능하다. 여러 언론사에서 관련 고발이 있는지 질문해서 알린 것일 뿐 이례적인 공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날 서울중앙지검이 넥슨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 쪽 땅거래를 둘러싼 뇌물죄 사건 등을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서도 이영렬 전 지검장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서울고검에 항고장도 냈다.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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