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회 퀴어문화축제 시작]
오전 11시 부스 행사 시작으로 본 행사 시작
오후 4시 ‘퀴어퍼레이드’ 4㎞ 행진 ‘절정’ 예정
성소수자 단체, 굿즈·안내책자 나누며 부스 활동
국가인권위·조계종 역시 올해 첫 부스활동 참가해
13개 외국 공관 ‘성소수자 지지’ 활동 이어져
오전 11시 부스 행사 시작으로 본 행사 시작
오후 4시 ‘퀴어퍼레이드’ 4㎞ 행진 ‘절정’ 예정
성소수자 단체, 굿즈·안내책자 나누며 부스 활동
국가인권위·조계종 역시 올해 첫 부스활동 참가해
13개 외국 공관 ‘성소수자 지지’ 활동 이어져
‘나중은 없다, 지금 우리가 바꾼다!’
흐린 하늘에 짧은 빗방울이 내렸다 그쳤다가를 반복한 15일 낮,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다.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참가자들은 성소수자들을 향한 혐오와 맞서야 하는 시간은 ‘지금, 우리’라는 구호를 입모아 외쳤다.
제18회 퀴어문화축제는 낮 11시부터 진행된 부스행사로 막을 열었다. 중앙 무대에서 축하 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청 광장 주변으로 100여개의 부스가 차려졌다. 부스 행사에는 성소수자인권연대를 비롯한 성소수자 관련 시민단체 외에도 주한영국대사관 등 13개 외국 공관, 구글코리아, 러쉬코리아 등 기업체가 함께 참여했다. 퀴어문화축제의 강명진 조직위원장은 “과거 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은 퀴어 당사자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몇년 새 각종 시민사회단체, 노동계, 종교계 등 퀴어를 지지하는 분들이 적극적으로 광장으로 나와 활동하기 시작했다”며 “퀴어문화축제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서로를 존중하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주요 부스 행사를 장식한 것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었다. 서강대학교 성소수자협의회는 올해 부스에서 최근 육군의 성소수자 군인 색출 수사와 관련해 학내에 붙었던 자보가 훼손된 것을 ‘미러링’(표현과 행동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방식)한다는 의미에서 성소수자 혐오 자보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준(활동명)은 “학내의 호모포비아 학생들, 혹은 외부인들에 의해 성소수자 대위 지지 성명이 많이 찢어졌는데, 이는 옳지 않은 행위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런 행사를 기획했다”고 했다.
지난해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성소수자 자녀들에게 프리허그(포옹)을 해준 영상으로 감동을 자아낸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도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와 조언을 담은 자료집을 나눴다.
■‘올해가 처음이야’…퀴어문화축제에 첫 참가한 인권위·불교
올해에는 국가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접 부스행사에 참여해 참가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참가자들에게 인권위에 바라는 의견을 포스트잇으로 받고, 위원회 홍보물을 나누는 등의 홍보 활동을 벌였다. 신홍주 인권위 소통협력팀장은 “국가 기관이 처음 참여하니까 참가자들이 신기하게, 또 긍정적으로 보시는 것 같다. 이번에 잘 운영이 되면 좋은 선례가 되어서 앞으로 계속 참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도 성소수자들이 받는 차별을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극복해야한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역시 불교 종교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처음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했다. 사회노동위원회의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위원회가 무지개행동에 가입해 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함께 활동해왔는데, 올해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해야겠다는 의미에서 축제에 직접 참가하기로 했다”고 했다. 부스 곳곳에 있던 스님들은 직접 법고(북)를 치고 춤을 춰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퀴어문화축제 ‘단골손님’ 외국 대사관
시청 광장의 부스 한켠에서는 13개 외국 공관에서도 참가해 퀴어문화축제를 향한 지지를 보냈다. 올해로 4년째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는 영국 대사관에서도 이날 20여명의 대사관 직원들이 나와 무지개색의 부채와 스티커를 나눴다. 영국대사관에서 정치서기관으로 일하고 있는 미셸 브로드밴트는 “영국에서는 성소수자들의 인권과 평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 성소수자와 관련해 중요한 행사가 있을때마다 정부 기관들은 무지개 깃발을 내건다”며 “한국의 영국 대사관도 한국의 성소수자들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브로드밴트 서기관이 들고 있는 팻말에는 게이 커플의 사진과 함께 ‘사랑은 위대하다’(Love is GREAT)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브로드밴트 서기관이 웃으며 말했다. “이 커플, 너무 사랑스럽지 않나요?”
2015년 국민투표를 통해 동성혼 합법화를 이끌어낸 아일랜드 대사관에서도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아일랜드의 성소수자 인권을 설명하는 책자를 나눴다. 데이비드 머피 주한 아일랜드 대리 대사는 아일랜드의 동성혼 합법화를 언급하며 “사람들은 나이나 인종·성별·성정체성에 상관없이 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성소수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지와 연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기업체로는 ‘러쉬 코리아’, ‘구글 코리아’ 참가해
이날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기업체는 러쉬 코리아, 구글 코리아 두 곳이다. 올해로 다섯 번째 축제에 참가해 부스 활동을 벌인 러쉬 코리아의 표어는 ‘치어 업, 퀴어 업’(Cheer up! Queer up!)인데, 편견이나 차별에 맞서 성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부스 행사를 위해 100여명의 직원들이 총출동했다는 러쉬 코리아의 한주희 차장은 “러쉬의 세가지 캠페인 주제가 바로 인권·환경·동물보호다. 간혹 동성애에 반대하는 분들이 직접 회사에 항의전화를 하기도 하지만,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것은 인권의 문제고, 당연히 외쳐야 하는 권리라는 생각을 전 직원이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러쉬 코리아는 이날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직원을 채용한다는 의미에서 부스에서 직접 매장 직원의 이력서를 받는 캠페인도 벌였다.
한편, 한국 주요 기독교 교단이 연합한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준비위원회’는 서울광장 바로 맞은편인 대한문 앞에서 맞불 대회인 ‘동성애 반대 국민대회’를 진행했다. 지난해 동성애 반대 집회의 소음으로 인해 퀴어문화축제의 행사가 잘 들리지 않아 올해도 우려가 나왔지만, 올해에는 서울광장 내부에 있으면 행사 진행 소리가 잘 들리는 수준이었다.
이날 퀴어문화축제 부스 행사는 낮 11시부터 4시까지 이어진다. 4시부터는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가 시작한다. 행진은 모두 4㎞ 구간으로, 서울광장→을지로입구→종각→종로2가→퇴계로2가→회현로터리→을지로입구→서울광장으로 돌아오는 경로다.
퀴어문화축제는 23일까지 계속된다. 20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강남구 신사동 롯데시네마 브로드웨이 신사 영화관에서 진행되는 한국퀴어영화제를 끝으로 제18회 퀴어문화축제는 막을 내린다.
글·사진/황금비 기자, 조진영 교육연수생 withbee@hani.co.kr
15일 낮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들이 ‘혐오를 멈춰요! 차별은 나빠요!’라는 문구가 걸린 손팻말을 들고 있다.
15일 낮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부스 행사에 참가한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에서 참가자들에게 나눠준 부채에 ‘불교는 성소수자와 함께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15일 낮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부스 행사에 참가한 주한영국대사관 정치서기관인 미셸 브로드밴드와 직원들이 ‘사랑은 위대하다(LOVE IS GREAT)’라는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서 있다.
15일 낮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부스 행사에 참가한 데이비드 머피 주한 아일랜드 대리 대사가 참가자들에게 아일랜드의 성소수자 인권을 설명하는 책자와 배지를 나누고 있다.
15일 낮 제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린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부스 행사에 참가한 러쉬코리아가 참가자들에게 성소수자를 지지한다는 의미의 ’퀴어 업(Queer up!)’이라는 문구가 쓰인 뱃지를 나누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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