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민변, 참여연대 등 단체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고등법원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사태‘‘ 신현우와 존 리 전 옥시 대표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법원은 이날 1심에서 징역 7년을 받은 신 전 대표에게 징역 6년을, 존 리 전 대표에게는 1심에 이어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신현우 옥시 전 대표 징역 7년→6년
오유진 세표 대표도 징역 7년→5년
“배상 등으로 피해 다소나마 회복”
‘옥시’ 존 리·사기 혐의 무죄 유지
“법원이 피해자 고려하지 않아” 비판
오유진 세표 대표도 징역 7년→5년
“배상 등으로 피해 다소나마 회복”
‘옥시’ 존 리·사기 혐의 무죄 유지
“법원이 피해자 고려하지 않아” 비판
독성화학물질이 든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 수백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업체 관계자들이 항소심에서 모두 감형됐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법원이 피해자들의 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판결을 비판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이영진)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대표와 오유진 세퓨 대표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6년,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화학제품을 전문적으로 제조·판매하면서도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충분한 검증을 해보지도 않은 채 막연히 인체에 안전할 것이라고 안이하게 믿었다”면서도 “1, 2차 판정 피해자 중 대다수는 옥시가 마련한 배상방안에 합의했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이 제정돼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입은 피해가 다소나마 회복됐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존 리 전 옥시 대표는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옥시싹싹가습기당번에 안전성과 관련한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제조·판매하도록 하는 업무상 과실을 범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신 전 대표, 존 리 전 대표 등은 “아이에게도 안심”, “안전한 세퓨” 등의 허위 광고 문구를 넣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사기)로도 기소됐으나 재판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할 경우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판매대금 상당의 금전을 편취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1심처럼 무죄를 선고했다.
신 전 대표 등은 2000년 10월부터 흡입 독성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거치지 않고 독성화학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넣은 가습기 살균제 ‘옥시싹싹가습기당번’을 제조·판매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기소됐다. 오 대표 역시 안전성 검사 없이 2008년부터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원료로 하는 세퓨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에서는 “PHMG나 PGH를 살균제 성분으로 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할 경우 흡입 독성 반응과 원인 미상 폐 질환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원에서 인정한 피해자만 숨진 62명을 포함해 154명이며 실제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합의’를 내세운 감형에 피해자들은 반발했다.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대표는 “수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는데도 1심은 겨우 7년을 선고하고 2심은 감형했다. 옥시가 참사 일으키고도 오랫동안 해결할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법원이 피해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공동소송대리인단의 최재홍 변호사도 “법원이 유해화학물질에 경각심을 갖게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축소시켰다. 검찰도 초기 대응 늦어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존 리 전 대표의 혐의 입증이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2012년 제조업체를 고발했지만 검찰은 2016년에야 수사전담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 바 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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