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관계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독성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고 판매해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전·현직 임직원들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1심보다 형량이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이상주)는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1심에서 금고 4년을 선고받은 노병용(66) 전 롯데마트 대표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또 1심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김원회(62) 전 홈플러스 그로서리매입본부장에겐 1년 감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홈플러스 주식회사에는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1억50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비자의 안전을 외면한 채 강한 흡입 독성이 있는 물질을 원료로 하는 제품을 판매해 매출을 올렸고, 그로 인해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이 옥시 제품을 모방한 제품을 출시할 때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알려지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1심서 금고형이나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다른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일부 감형하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박아무개 전 롯데마트 상품2부문장과 김아무개 전 일상용품팀장은 각 금고 4년에서 금고 2년 6개월로 감형됐다. 1심서 각 징역 5년과 금고 4년을 선고받았던 이아무개 홈플러스 전 법규관리팀장과 조아무개 전 홈플러스 일상용품팀장은 각 징역 4년, 금고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 제공된 제품을 제조한 용마산업 김아무개 대표에 대해서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에서 원하는 대로 옥시 제품을 모방해서 납품했던 것”이라며 1심보다 1년 감형한 금고 3년을 선고했다. 롯데마트 제품을 기획하는 과정에 관여한 외국계 컨설팅업체 데이먼사의 한국법인 팀장 조아무개씨도 금고 3년에서 금고 2년6개월로 감형됐다.
노 전 대표와 김 전 본부장 등은 안전성 검증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유독물질이 함유된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각 2006년과 2004년 출시한 가습기 살균제에는 옥시와 같은 유독물질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 함유돼 있었고, 이로 인한 피해자만 각 41명과 28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내용으로 허위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도 인정됐다.
한편 앞서 다수의 사상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옥시’와 ‘세퓨’ 임직원들도 항소심에서 대부분 유죄가 인정됐지만, 형량은 1~2년씩 감형됐다. 서울고법 형사11부(재판장 이영진)는 지난달 26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게 징역 6년을, ‘세퓨’를 제조해 판매했던 오아무개 전 버터플라이이펙트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다만 존 리 전 옥시 대표에 대해선 주의의무 위반 혐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1심에 이어 무죄로 판단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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