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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국정원 적폐청산 핵심 ‘서버’ 조사…이를 막는 ‘내부자들’

등록 2017-10-26 09:15수정 2017-10-26 10:57

기로에 선 국정원 개혁발전위·적폐청산 TF
지휘부 지시·특수활동비 내역 등
서버 검색, 국정원 직원이 전담
TF 외부위원은 제공 자료만 분석

엉뚱한 자료 보내거나 누락도
검찰 수사 지연·혼선 사례 반발

채동욱·RCS건 부실조사 유발
서버 검색 문제와 관련 있는듯

검찰 “선별 압수수색 허용해야”
국정원 “파견검사 필요따라 접근”
‘쥐를 잡자(MB 잡자) 특공대’, ‘이명박 심판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이 25일 낮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부터 학동역 6번 출구 인근에서 단식도 진행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쥐를 잡자(MB 잡자) 특공대’, ‘이명박 심판 국민행동본부’ 회원들이 25일 낮 서울 논현동 이명박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이날부터 학동역 6번 출구 인근에서 단식도 진행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전 정부 국가정보원의 불법 정치공작 관련 각종 문서와 기록이 저장된 ‘서버’ 검색은 국정원 적폐청산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꼽힌다. 그곳에 실행 계획과 지휘부의 지시 사항, 공작 실행 후 보고서,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등 모든 근거 자료들이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국정원(원장 서훈)이 기밀·보안 등을 이유로 서버 검색을 ‘내부자’인 보안요원들에게 전적으로 맡겨놓고 있어, 자칫 부실 조사와 미완의 개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국정원이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안들의 경우 서버에 보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본 자료조차 누락한 채 보내지 않거나, 엉뚱한 자료를 보내 수사 지연과 혼선을 초래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25일 파악됐다.

국정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국정원의 적폐와 관련된 모든 문서와 기록들이 저장된 서버 검색은 개혁 작업이 시작된 이래 적폐청산 티에프(TF) 소속 내부 요원들이 전담하고, 조남관 감찰실장을 비롯한 티에프 파견 검사 4명은 이 작업에서 배제돼 있다. 티에프는 이들 ‘내부’ 요원들이 검색해서 가지고 온 자료들을 토대로 분석과 판단을 하는 상황”이라며 “보기에 따라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실장을 포함한 파견 검사 등 티에프 구성원은 국정원법에 따라 ‘직원 신분’으로 적폐청산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서버 검색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 대변인실 관계자는 “국정원 감찰실장과 파견 검사가 필요에 따라 국정원 서버에 접근해서 조사하고 있다”며 “서버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실태를 왜곡하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티에프 상황을 잘 아는 또 다른 관계자는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국정원 개혁위원 일부가 신현수 국정원 기조실장을 만나 ‘파견 검사들이 직접 서버 검색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지만 그 뒤로 상황 변화가 없다”며 “23일 공개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개인정보 유출사건, 아르시에스(RCS·원격통제시스템)를 통한 민간인 사찰 사건 등의 조사 결과가 부실한 것도 최초 서버 검색 문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은 참여정부에서 활동했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위)보다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병욱 전 진실위 위원장은 “과거 진실위 때는 마이크로필름 목록에서 키워드 검색으로 우리가 보려 하는 문서를 찾아야 했는데, 그 검색을 할 때마다 진실위 조사관 등이 검색 요원들 옆에 붙어 앉아 제대로 검색하는지를 확인하고 검증했다”며 “그쪽에서 찾아 넘겨준 것만 봐서는 조사와 검증에 한계가 명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이달 말’까지로 활동 시한을 정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개혁위는 이달 말까지 15개 청산 과제 대부분의 결론을 내고, 그때까지 처리 못 한 사안은 감찰실에 넘기기로 했다”며 “그렇게 되면 현재 티에프에는 검사 4명만 남아 ‘고립된 섬’처럼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검찰에서도 국정원의 부실한 자료 이첩 등으로 불만이 누적되면서 검사들이 선별적으로라도 국정원 서버를 압수수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에 필요한 디테일한 자료가 전혀 오지 않고 있다. ‘우리는 던지는 거로 임무를 다했으니, 나머지는 검찰이 재주껏 알아서 해보라’는 식이다. 국정원의 태도를 보면 ‘이 사람들이 개혁 의지가 있나’ 의심까지 하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의 조직 보호 논리가 작동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이버 댓글 외곽팀의 경우 수사의뢰를 하면서 거기 투입된 특별활동비 예산과 집행 내역 등을 기록한 원장과 전표 없이 개별 영수증만 ‘달랑’ 보내왔다고 한다. 또 공작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 직원이나 관련자 명단에서 이름을 가리거나 지우고 보낸 사례도 있다고 한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도 “모든 공작에는 시행계획과 지휘서신, 사후 보고서 등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걸 보내온 적이 없다. ‘자료를 왜 안 보내느냐’고 따지면,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시간 끌다가 대놓고 엉뚱한 자료를 보내오는 것도 봤다”고 했다.

검찰은 수사가 지체되고, 수사팀 규모를 계속해서 키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13년 댓글 수사 때도 심리전단 명단을 (국정원이) 넘겨주지 않아 수사가 필요 이상으로 장기화됐었다”며 “검사들이 수사상 필요한 자료와 기록을 서버에서 찾을 수 있도록 선별적인 압수수색이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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