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폭행’ 한화3남 김동선의 집행유예는 취소될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더(The) 친절한 기자들]
집행유예 기간 중 징역형 확정돼야 집행유예 취소
피해 변호사들 고소 이뤄져야 처벌…가능성 낮아

지난 1월 술에 취해 술집 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동선씨가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8)씨가 또 폭행 혐의에 휩싸였습니다. 이번에는 대형 로펌 변호사를 폭행했습니다. 김씨는 지난 1월에도 술집 직원을 폭행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죠. 집행유예 기간에 ‘같은 사고’를 친 김씨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집행유예 선고가 취소되고 바로 징역 8개월형이 집행되는 걸까요? ‘더(the) 친절한 기자들’에서 살펴봤습니다.

■ 집행유예 중에 사고 친 한화3남 김동선

김동선 씨는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점에서 만취해 술집 직원에게 술병을 휘두르고 경찰에 연행되는 도중에도 순찰차 손잡이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로 구속기소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며, 2016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선고 외에는 아무런 전과가 없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기사 바로가기: ‘만취 난동’ 김승연 회장 3남 동선씨 집행유예)

이후 검찰과 김동선씨 모두 항소하지 않았고, 김씨의 형은 집행유예로 확정됐습니다.

사건이 잊혀갈 즈음 또 다른 폭행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9월 김씨가 서울 종로구의 한 술집에서 대형로펌 신입 변호사 10여명과 저녁을 먹다 또다시 폭력을 휘두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겁니다. 김씨는 변호사들에게 “나를 주주님으로 부르라”, “지금부터 허리를 똑바로 펴라” 등 막말을 퍼붓고, 만취해 변호사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기사 바로가기: 경찰, 한화그룹 3세 김동선씨 ‘변호사 폭행사건’ 수사 착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8)씨.

■ 집행유예 기간에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집행유예

집행유예란 형을 선고함에 있어 일정한 기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그 유예기간이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게 되는 제도다.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그 기간 내에 다시 죄를 범하였다면 유예는 취소되며 다시 실형에 복역하여야 한다. (형법 제63조)

이 조항을 풀어서 쓰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란 건 형은 징역 8개월에 해당하지만 유예기간 2년 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징역 8개월’의 범죄를 사면해주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김동선씨의 집행유예는 취소가 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김씨의 집행유예는 취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형법에서 말하는 ‘집행유예 기간 내에 다시 죄를 범한다’는 조항은 집행유예 기간에 금고 이상의 죄를 지어야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집행유예 기간 중에 죄를 범해서 다시 금고 즉 징역형 이상이 확정되어야 종전 집행유예형이 취소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변호사들의 고소 있어야 김동선씨 처벌

김씨가 징역형 이상을 선고받으려면, 선행되어야 할 건 폭행 피해자인 변호사의 고소입니다. 폭행은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입니다. 맞은 변호사가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경찰은 김씨의 변호사 폭행사건을 광역수사대에 배당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금 드러난 사실만으론 폭행 및 협박 혐의 정도인데, 이 혐의들 모두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사건 수사를 계속 진행하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김현)도 김씨를 고발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피해 당사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게 되면 별 소용이 없습니다. 폭행 피해를 당한 변호사가 대형로펌에 다닌다고 하지만, 재벌 회장 아들인 김씨를 고소할 수 있을까요?

■ “면목없다”는 김동선씨, 지난 1월 재판서도 눈물로 반성

사건이 알려진 뒤 김씨는 21일 한화그룹을 통해 “자숙의 시간에 물의를 일으켜 면목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략) 자숙의 시간을 보내야 할 제가 물의를 일으켜 더욱더 면목이 없습니다.

그동안 부모님께서 늘 말씀하셨던대로, 제가 왜 주체하지도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는 지 또 그렇게 취해서 왜 남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깊이 반성하며 적극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늦게라도 저의 행동을 지적해 주신 것을 감사드리며 이번 기회에 제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겠습니다.

김씨는 지난 1월 재판에서도 ‘같은 반성’을 한 바 있습니다. 김씨는 당시 최후진술에서 “술 먹었다고 한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너무나 안 좋은 행동을 했다. 앞으로 정말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많이 반성하고 또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밝혔습니다.

‘깊은 반성’을 한 지 1년의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당시 김씨의 반성은 진심이었던 걸까요?

황춘화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