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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앤장 변호사들이 김동선 처벌을 원치 않는 사연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17-11-24 11:49수정 2022-08-19 15:22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뺨 맞고 머리채 잡히고도 경찰에 “처벌 원치 않는다” 밝혀

“돈 되는 고객 술자리 실수 흔해…일 너무 커졌다” 분위기

서울 내자동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직원과 방문객이 드나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내자동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직원과 방문객이 드나들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안녕하세요? 저는 팀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24시팀의 신지민 기자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24시간 일어나는 각종 사건과 사고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28)씨에게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신입 변호사들이 폭행을 당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어째서 피해 변호사들은 뺨을 맞고 머리채를 잡히고도 김씨를 고소하지 않고,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걸까요?

이 사건은 지난 9월에 일어났습니다. 그동안 신입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소문만 무성했다가 최근에 드러난 것이죠. 김씨는 지난 9월 말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술집에서 열린 김앤장 신입 변호사 10여 명의 친목모임에 동석했습니다. 신입 변호사들 모임에 김씨가 지인 소개로 중간에 합류했습니다. 만취한 김씨는 변호사들에게 “너희 아버지 뭐 하시냐”, “지금부터 허리를 똑바로 펴라” 등 막말을 했고 결국 폭행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씨가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변호사들이 김씨를 부축했는데, 김씨는 오히려 남자 변호사의 뺨을 때렸습니다. 또 여성 변호사의 머리채를 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피해 변호사들은 김씨를 고소하지 않았습니다. 두 달 후에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피해자는 왜 고소를 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앤장의 한 변호사는 “클라이언트‘님’을 어떻게 고소하냐”며 “변호사 업계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답하더군요.

결국 이 사건에선 대한변호사협회가 나섰습니다. 김씨를 폭행·모욕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김씨가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폭행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를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형법 260조 3항)입니다. 피해 변호사들이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의미죠. 모욕죄 역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형법 312조 1항)입니다.

그러나 경찰 조사에서도 역시 피해 변호사들은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김씨에게 뺨을 맞고도, 머리채를 잡혔는데도 왜 그를 처벌하지 말라고 하는 걸까요? 한화 그룹의 3세인 김씨는 김앤장에게 그냥 고객도 아닌 ‘대형 고객님’이기 때문이죠.

한화그룹은 김앤장의 주요 고객 중 하나입니다. 김씨의 아버지 김승연 회장은 2007년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으로 입건됐을 당시 김앤장 소속 변호사 6명을 변호인으로 선임했습니다. 당시 김앤장은 사건 수임만으로 수억원의 수임료를 받았죠. 김앤장은 한화 그룹 사건 뿐 아니라, 대기업이 관련된 대형 형사사건을 ‘싹쓸이’ 해왔습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사건, 에스케이(SK) 비자금, 두산그룹 형제간 분쟁, 현대·기아차 비자금사건 등 검찰 수사를 받았던 대기업들은 앞다퉈 김앤장을 찾았습니다.

게다가 김씨는 지난 1월에도 술집 직원을 폭행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죠. 집행유예 기간에 ‘같은 사고’를 쳤기 때문에 이번에도 폭행죄가 인정되면 집행유예는 취소되고 실형을 살게 됩니다. 피해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고객님’을 자신들의 손으로 감옥에 밀어 넣을 수가 없는겁니다.

그렇다면 김씨는 결국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게 되는걸까요? 김씨가 술집에서 난동을 부렸을 수 있습니다. 경찰도 술집 바깥 폐쇄회로티브이(CCTV)를 확인하는 한편, 객관적인 진술을 해줄 옆 테이블의 목격자를 카드 내역서를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업무방해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CCTV나 목격자 진술로 확인이 되면 김씨는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가장 씁쓸했던건 김앤장을 비롯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들의 태도였습니다. “사적인 모임에서 벌어진 일이다. 클라이언트의 갑질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돈 되는 고객이 술자리에서 ‘실수’하는 것은 흔한 일인데, 일이 너무 커졌다.” 이 사건 이후 제가 변호사들에게 들은 이야기들입니다. 일반 시민들과 변호사 업계가 함께 분노하는데도 그들에겐 그저 ‘비지니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거죠. 만약 ‘재벌 3세’가 아닌 28살짜리 청년이 변호사를 때렸다면, 변호사들은 그냥 넘어갔을까요?

신지민 사회에디터석 24시팀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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