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낮 12시20분께 해경이 영흥도 낚싯배 사고의 마지막 실종자를 찾아 보트에 싣고 있다.
“주검 1구 찾았다.”
5일 오전 9시38분 다급한 목소리가 무전을 타고 흘렀다. 배 뒤편 선실 안 초록색 플라스틱 간이의자에 우두커니 앉아 있던 실종된 선창1호 오아무개(69) 선장의 아들이 벌떡 일어나 선장실로 달려왔다. 그는 아버지가 발견되길 기다리며 전날에 이어 수색 어선에 몸을 실은 터였다.
아들이 탄 낚싯배 ‘나이스호’는 5일 아침 8시16분 인천 진두선착장을 출발해 선착장에서 2마일가량 떨어진 해상에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실종자 2명을 찾고 있었다. 오씨의 아들과 기자 등 7명은 망원경과 육안으로 해수면 곳곳을 살피며 떠오른 물체가 없는지 확인했다. 이날 해경은 경비정과 관공선 등을 포함해 총 52척이 수색 작업에 나섰다고 밝혔다. 나이스호 등 영흥선주협회 소속 낚싯배 6척은 자율적으로 수색에 동참했다.
무전기에서 “주검이 검은색 상의를 입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아들은 “아버지는 주로 곤색(남색)을 입으신다”고 말을 흐렸다. “주검의 키가 170㎝쯤 된다”는 말엔 떨리는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아버지는 165㎝ 정도밖에 안 되는데….” 함께 배에 올랐던 해경은 “가능성은 반반”이라며 아들을 진정시켰다. 자신도 다른 낚싯배 사무장으로 일하고 있는 아들은 평생 남의 뱃살이를 한 아버지에게 배를 사드리려 귀어 자금을 대출받았다. 의뢰한 배는 충남 태안군 한 조선소에서 내년 봄 완성을 목표로 건조중이다.
육지가 가까워질수록 아들은 급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황급히 구명조끼를 배 뒤편에 벗어 던지고 뱃머리에 올라 육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배가 선착장에 이르자마자 튀는 공처럼 배에서 내려 언덕길을 뛰어 올라갔다. 넘어질 것처럼 위태로운 모습에 선장이 스피커를 켰다. “아직 (주검) 안 왔다. 현장에 있다니까 천천히 가.” 그제야 아들은 뜀박질을 멈췄다. 그러나 그렇게 찾아간 주검은 결국 아버지인 선장 오씨로 확인됐다. ‘부자 선장’의 꿈은 이렇게 물거품이 됐다.
5일 오전 나이스호의 선장 이아무개씨가 영흥도 낚싯배 사고 실종자들을 찾아 수색에 나서고 있다.
그를 내려주고 10분 뒤 나이스호는 마지막 실종자 1명을 찾기 위해 다시 출발했다. 나이스호 이아무개(55) 선장은 “동네에 이런 일이 생겼는데 (수색에 참여)해줘야지. 그게 사람이지”라고 말했다.
수색 재개 2시간쯤 됐을 때, 사고 지점 인근에 해경 헬기가 뭔가를 발견한 듯 같은 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낮 12시12분 “실종자를 발견한 것 같다”는 무전이 들려왔다. 이윽고 ‘김 양식을 위해 그물을 다는 말뚝인 말장 사이에 주검이 걸린 것 같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선장 이씨는 “오전 10시께 말장에 그물 같은 게 걸린 것이 보여 망원경으로 확인했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며 “11시50분 물때가 바뀌어 물이 빠지면서 주검이 확인된 것 같다”고 말했다. 두번째 주검이 발견된 장소는 수심이 얕아 낚싯배가 접근할 수 없었다. 12시20분, 해경 잠수사 4명이 주검을 구명보트에 실었다. 실종된 낚시객 이아무개(57)씨였다.
이날 실종자 2명을 모두 수습하면서 사고로 숨진 사망자는 15명으로 늘었다. 해경은 실종자 수색이 마무리됨에 따라 사고 원인 조사에 집중할 방침이다.
인천/글·사진 선담은 기자,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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