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의 유력한 원인으로 세균 감염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난해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뒤 시력을 잃은 미숙아에 대해 의료진의 과실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이원신)는 이대목동병원에서 미숙아로 태어난 뒤 시력을 잃은 최아무개(2)군과 그 부모가 이대목동병원 운영재단인 학교법인 이화학당에 청구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최군의 어머니는 2015년 12월9일 새벽 이 병원에서 쌍둥이 형제를 자연분만했다. 당시 체중 1.77㎏의 미숙아으로 태어난 최군은 출생 당시 무호흡과 산소포화도 저하 등의 증상을 보여 병원에 입원했다. 3주간 이 병원에서 산소 및 광선 치료를 받은 최군은 퇴원한 뒤엔 같은 병원 소아청소년과에서 외래진료를 받았다.
이듬해 2월22일 최군의 부모는 외래진료로 병원을 찾아 의료진에게 ‘아이가 눈을 맞추지 못한다’는 증상을 얘기했지만, 의료진은 별다른 조치 없이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고 한다. 약 한달 뒤인 3월21일에 최군이 같은 증상을 호소해 안과 진료를 받은 결과 양 눈에 이상을 발견했고, 이후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옮겨졌다. 최군은 8일 뒤인 29일 ‘미숙아 망막변증이 의심되고, 이미 병이 진행돼 양쪽 시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미숙아 망막병증이란 고산소증·저산소증·저혈압 등의 원인으로 망막 혈관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병이다. 최군 부모는 아이가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는 증상을 호소했는데도 병원 쪽에서 신속하게 진료하지 않아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쳤고, 미숙아에게 안저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병원쪽에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병원쪽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정 기순의 미숙아의 경우 미숙아 망막병증 검진을 하도록 하는 대한신생아학회 신생아진료지침등을 근거로 “의료진은 최군 부모에게 37주 미만 미숙아에게 흔한 질환 중 하나로 ‘미숙아 망막병증’을 들면서 생후 1개월쯤 안과 검진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별다른 설명 없이 고지한 시기에 안저검사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의료진이 최군이 생후 4주쯤(망막병증을 교정할 수 있는 문턱 단계)에 안저검사를 시행했을 경우 질병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2016년 2월에 안저검사를 하고 치료를 받았을 경우 현재 상태보다 예후가 좋았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화학당에 최군의 기대여명에 따른 일 실수입과 향후 치료비, 개호비(곁에서 돌보는 비용) 및 위자료로 최군에게 3억4929만원을, 최군의 부모에게 각각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의료진의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최군이 미숙아 망막병증의 고위험군에 속하지 않았던 점, 의료진이 빨리 병을 발견했더라도 치료 방법의 성공률을 고려하면 시력상실을 막을 수 있었으리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측 책임 범위를 5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