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안에서 25일 저녁에 발견된 안익현씨의 휴대전화. 유족 제공
참사 엿새째인 26일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희생자들의 휴대전화가 속속 유족 품으로 돌아오고 있다. 사고 당일 화재가 발생한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까지도 희생자와 통화 연결이 됐다는 유족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주인을 잃은 휴대전화들이 소방당국의 구조지연 논란을 풀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26일 유족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참사 당일인 지난 21일 저녁 8시1분께 여동생과 20초 남짓 통화를 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희생자 안익현(58)씨의 휴대전화가 건물 3층에서 발견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사고 당일 수색작업이 한창이던 8시1분께 안씨가 여동생의 전화를 받아 20여초간 통화가 연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재 발생 4시간여 뒤의 일이다. 이 통화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소방 당국의 늑장 구조가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유족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화재로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에 26일 오전 높이 2m의 철제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안씨의 휴대전화는 숨진 안씨의 주검이 발견된 이 건물 6~7층 사이가 아니라 3층 계단에서 발견됐다고 한다. 안씨의 아들은 “어제 저녁 감식반과 소방대원들이 건물 3층 계단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했다고 들었다”며 “맨눈으로 확인했을 때 휴대전화는 물에만 젖었을 뿐 비교적 온전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아버지가 6~7층 사이에서 발견되셨는데, 휴대전화가 3층에서 발견된 것도 의아한 일”이라며 “그 이유 등을 상세하게 조사해달라고 경찰에 부탁했다”고 말했다. 제천경찰서 관계자는 “안씨의 휴대전화는 현재 국과수에 보낸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학수능시험을 마친 손녀 등 3모녀가 함께 2층 여성용 사우나에서 희생된 김아무개(80)씨의 유족들도 김씨가 소방대원이 건물에 진입한 뒤인 지난 21일 오후 5시20분께 막내딸의 집전화로 전화를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의 아들 민아무개씨는 “5시에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초등학교 고학년 외손녀가 집에서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엄마 아빠 어딨니’하고 묻고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손녀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할머니의 목소리로 착각했을 가능성에 대해선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자주 봤었다. 외할머니 목소리를 모를 리가 없다”고 단언했다. 유족들은 고령으로 휴대전화에 익숙하지 않은 김씨가 사우나에 있는 전화를 이용해 평소 기억하던 막내딸의 집 번호로 전화를 건 것으로 유추하고 있다.
경찰은 안씨와 김씨의 통화기록을 둘러싼 논란을 풀기 위해 26일 법원에 통신기록 조회를 위한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제천경찰서 관계자는 “휴일이 끝난 만큼 오늘 영장을 신청해 통화사실을 둘러싼 의혹을 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제천/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