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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그의 소신은 다 거짓이었나” 시민사회 충격

등록 2018-03-06 17:18수정 2018-03-06 21:20

페미니즘 지지했던 안 지사에
‘권력형 성폭력’ 의혹 충격 배가
여성단체 “정치권, 검찰 등에서
성폭력 구조 도려내는 계기 돼야”
6일 오전 충남 홍성군 안희정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경찰들이 깨진 유리창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한 시민이 안 도지사의 성폭력 의혹에 분노해 야구방망이를 던져 관사 유리창을 깼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6일 오전 충남 홍성군 안희정 충남도지사 관사에서 경찰들이 깨진 유리창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한 시민이 안 도지사의 성폭력 의혹에 분노해 야구방망이를 던져 관사 유리창을 깼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성소수자나 여성 인권에 대해 진보적인 의견을 내놨던 몇 안되는 정치인이기에 더 충격적이다. 그가 말해왔던 신념이나 소신, 철학이 다 거짓이었나 배신감이 든다.”

여성 직장인 황아무개(32)씨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 성폭행 사건에 대해 6일 “충격”과 “배신감”을 토로했다. 황씨는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안희정 후보를 지지했었다. 그는 “안 지사가 경찰 조사를 받고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본인이 이야기해왔던 ‘법 앞의 평등’을 몸소 보여주길 바란다”며 “안 지사를 향한 관심과 환호가 피해자에게 더 큰 짐을 지운 건 아닌지 죄송하다”고 말했다. 황씨가 활동했던 안 전 지사의 트위터 지지 모임인 팀 스틸버드는 5일 밤 성명을 내어 “(윤리가 결여된) 가해자의 정치 철학은 더이상 무의미하다”며 지지를 철회하고 피해자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 가치를 강조했던 유력 정치인의 몰락은 시민 사회 곳곳에 거대한 충격파로 번져가고 있다. 안 전 지사는 평소 “성별, 인종은 물론 성 정체성 또한 차별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며 보편적 인권을 강조해 왔다. 그런 그의 ‘권력형 성폭력’ 사태 앞에 시민들은 걷잡을 수 없는 놀라움과 분노를 터뜨렸다.

안 지사가 6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엔 수천개 댓글이 달렸다. “정치 공작”을 언급한 소수의 글을 빼면, 대부분은 “국민을 기만했다” “법적 처벌을 받으라” “당신을 믿었는데, 당신을 버린다” 등 실망감을 토로하거나 처벌을 요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이날 성명을 내어 “안 지사의 가해 행위는 명백한 위계와 성별관계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이라며 “안 지사는 성폭력 범죄자로, 정치활동 중단 등의 도의적 책임 수준에서 면피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성차별적인 문화를 바꾸기 위한 대대적인 자성의 움직임이 없이는 제2, 제3의 안희정 사태는 계속될 것”이라며 성차별적인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사건을 일과 삶의 영역 전반에 똬리를 틀고 있는 성폭력 유발 구조를 뿌리째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봇물이 터지듯 나오고 있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있은 뒤 한달 반 동안 한국 사회는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과거 ‘업무의 일환’이라며 일터에서 겪었던 성폭력들을 참아왔다면 이젠 더는 그런 방식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권, 검찰 등에서 여성들이 겪어야 했던 성폭력 구조를 도려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하경주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는 “사건이 알려진 뒤 더불어민주당에서 안 지사를 제명·출당조처 했는데 개인의 문제로 넘어가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면피성 조처를 할 것이 아니라 당 차원의 책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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