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이명박’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들은 김백준·김희중·김성우 등 핵심 측근들이다. 이들을 보는 세상 시선은 복잡다단하다. 이 전 대통령 비리를 오랫동안 은폐했던 ‘공범’이면서 동시에 이를 세상에 알린 ‘내부고발자’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이들에게 ‘배신자’ 딱지 붙이기를 하고 있다. 처벌이 두려워 ‘오랜 친구’, ‘평생의 윗분’을 팔아먹은 게 아니냐는 생각이 깔린 듯하다. 반대로 국가정보원 돈 5천만원을 받아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실을 폭로한 장진수 전 주무관을 매수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끝까지 ‘윗선’을 함구한 김진모 전 검사장에 대해 “입이 무거운 사람”, “의리가 있는 사람”이라며 두둔하는 이들도 있다.
배신자 낙인은 두려운 일이다. 국정원에서 돈을 상납받았다고 털어놓은 이재만·안봉근·정호성 등 ‘문고리 3인방’조차 검찰에서 “언론의 배신자 취급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검찰 한 간부는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배신자 프레임은 향후 부정부패 등 범죄 수사에서 내부 고발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친구나 가족, 동료의 작은 허물을 감싸주는 건 미덕일 것이다. 하지만 허물을 넘어 썩은 내가 풀풀 나는 부패범죄까지 덮어주는 게 미덕일 순 없다. 1977년부터 40년 넘게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렸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구체적인 진술이 없었다면, 검찰은 60억원이 훌쩍 넘는 삼성의 소송비 대납 등 100억원이 넘는 뇌물 혐의를 포착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김주성·목영만 두 전직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17억5천만원에 달하는 대북공작금을 이 전 대통령 쪽에 상납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나,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지시로 다스를 설립했다고 실토한 것도 마찬가지다.
오늘 폭로한 사실들에 대해 왜 어제는 침묵했느냐고 탓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덧씌우는 것은 ‘왜 계속 침묵하지 않았느냐’고 몰아세우는 일일 뿐이다.
‘배신자 낙인’은 오히려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달았는데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버티는 ‘그’에게 어울리는 듯하다. 그는 스스로의 양심을 배신하고, 한때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 줬던 국민에 대한 예의마저 배신하고 있다. 여전히 아무 잘못이 없는 듯 대응하는 그의 태도는 우리가 믿었던 최소한의 사회정의마저 배신하고 있는 것 같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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