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의료진 영장심사…“성실히 임하겠다”

사건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 등 의료진 4명 영장심사
유족 “의료사고가 아닌 사고 당했다” 항의도
이르면 이날 저녁께 구속 여부 결정될 듯

3일 오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주치의 조수진 교수가 이대목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연쇄 사망사건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남부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 당시 감염관리를 소홀히 해 신생아 4명을 동시다발적으로 숨지게 했다는 혐의를 받는 조수진(45) 이대목동병원 교수등 의료진 4명이 3일 오전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굳은 표정으로 변호인과 함께 동행한 조 교수는 별다른 말없이 “(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조수진 교수는 짧은 머리를 하고 굳은 표정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조 교수는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영장청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등의 취재진에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즉결법정 앞 포토라인에 선 조 교수는 “(심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한 뒤 구속전 피의자 심문이 열리는 남부지법 안으로 들어섰다.

이대목동병원 개원부터 조 교수 부임 전까지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을 맡았던 박아무개(54) 교수와 당시 수간호사 ㄱ(41)씨, 간호사 ㄴ(28)씨도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없이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남부지법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의료진을 상대로 영장심사를 진행한다. 이들의 구속여부는 이르면 이날 저녁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이 법정에 들어선 뒤 뒤늦게 남부지법을 찾은 신생아 유족쪽은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변호인단,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쪽 관계자들을 향해 “우리 아이들은 병원에서 죽었을 뿐 의료사고가 아닌 살인을 당했다. 진실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한다. 죽인자와 죽임을 당한 자만 알고 있다”고 항의하며 소리치기도 했다.

앞서 이대목동병원의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을 수사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의료사고전담팀은 사망사고 당시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을 맡은 조수진 교수, 전 신생아 중환자실 실장 박아무개 교수, 수간호사 ㄱ씨, 간호사 ㄴ씨등 의료진 네 명에 대해 지난달 30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광역수사대는 불구속 입건한 의료진 7명 가운데 4명만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대해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의 잘못된 관행에 따라 지질영양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트로 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잘못된 관행을 묵인하고 방치해 지도?감독 의무 위반 정도가 심각한 사람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광역수사대로부터 구속영장 신청을 받은 남부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부장검사 위성국)는 같은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한편, 이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열린 남부지법 앞에는 의료진에 대한 구속영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간호사연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릴 수 있는 길은 이 사건의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진짜 책임있는 자들이 처벌받는 것”이라면서도, “병원의 부실한 감염관리 체계를 방조하고 부추겨온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묻지 않고 의료진의 책임만 묻는 것은 경찰의 꼬리자르기식 수사”라고 비판했다.

황금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