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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디지털로 확장된 정치참여, ‘여론 조작’ 위험에 직면하다

등록 2018-04-19 04:59수정 2018-04-19 18:17

‘드루킹 댓글 조작’ 공방 가열
소수 극렬층 온라인 여론 좌우
실검·댓글이 공론장 ‘상징’처럼
정치인 지지그룹 ‘세대결’ 과열

“매크로 동원한 ‘불법’ 배경엔
‘여론동원 정치’의 어두운 그림자”
“댓글·공감은 효과적 정치참여
자발적 의사표현 자체 백안시 안돼”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드루킹’ 김아무개(48)씨의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야권은 한목소리로 “대선 여론조작 게이트”라며 전방위적 공세에 나섰고, 청와대와 여권은 “우리도 피해자”라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자발적 정치참여라는 ‘선의’와 인위적 여론조작이라는 ‘괴물’이 드넓은 디지털 정치광장에 공존하는 현실 앞에서 각자의 처지에 따라 한쪽 면만 바라보는 모양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국가정보원 등 공권력을 동원한 지난 정부의 댓글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또 다른 의미에서 ‘예견된 사고’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일부 팬덤 지지층이 온라인 여론 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이는 결과적으로 드루킹과 같은 소수의 ‘정치 자영업자’들이 암약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10여년 동안 정치인 지지그룹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 등을 통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은 하나의 ‘정치참여’ 문화로 자리잡았다. ‘오늘의 유머’, ‘일간 베스트’ 등 대형 커뮤니티들의 정치 성향이 진보·보수 등으로 분화하면서 인터넷 공론장에서 세 대결을 벌이는 일도 일상화됐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둘러싸고 여론전이 거셌던 지난 1월24일,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는 실시간 검색어 1·2위로 ‘평화 올림픽’과 ‘평양 올림픽’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지지층이 평창 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평화 올림픽’을 실시간 검색어 1위로 만들자는 움직임이 일었고, 보수 쪽 누리꾼들은 친북 프레임을 덧씌우자며 맞불 작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시 진보·보수를 대표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특정 시간대에 클릭수를 집중하자는 등의 행동 지침도 올라왔다. 실시간 검색어와 베스트 댓글 등이 공론장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둘러싼 대립이 격화한 측면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적극적인 형태를 띠는 온라인 정치 팬덤 문화의 부작용을 막을 만한 뾰족한 수단이 없다고 보고 있다. 또 팬덤 문화 자체는 매우 건강한 정치참여라는 견해도 많다. 정치인 쪽에서 금품 등 직접적인 이익을 주는 식으로 개입하는 게 아니라면,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를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선거 때 인터넷 메신저 등으로 ‘돕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어떻게 활동하는지 자세히 체크하긴 어렵지만 우리로선 고맙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거 경험이 많은 한 여권 인사도 “같은 지향을 가진 이들이 인터넷으로 소통하고, 또 그들이 뭉쳐 정치권에 영향력 있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과거 향우회나 직능집단이 모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비하면 꽤 발전된 정치참여 방식”이라고 말했다.

다만 드루킹 등 일부 ‘경제적 공진화 모임’ 회원들이 매크로 활용이라는 ‘불법’까지 저지르게 된 배경에는 콘텐츠가 아닌 ‘세몰이’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구시대적 ‘동원 정치’의 논리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드루킹이 현실 정치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도 결국 선거라는 첨예한 사안을 앞두고 지지자 그룹을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당한 지배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와 관련해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여론을 동원해 지지세를 과시하는 방식은 언제든지 그 지지세의 대가로 권력·인사·돈을 요구하는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며 “드루킹처럼 실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정당 조직이 흔들린다면 우리 정치가 ‘여론동원 정치’에 매달려 있다는 위험한 징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씨는 지난해 4월 블로그 등을 통해 “우리가 손을 놓고 있었다면 위태로운 경선이 되었을 것”이라며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고,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선 뒤 특정 공직을 요구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권위주의 정권 때 청중 동원 능력이 뛰어난 이들이 득세했던 것처럼, 어느 순간 우리 정치권도 온라인상의 ‘댓글’과 ‘좋아요’ 동원 능력을 과시하는 이들을 의식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이번 사태가 낳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여론을 왜곡하는 것은 문제지만 모든 조직적 정치참여를 백안시할 일은 아니다”라며 “온라인상의 정치 표현을 적대시하는 방향으로 사태가 이어지면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억압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유권자 입장에서 댓글을 달고 공감을 누르는 것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임재우 엄지원 기자 abbado@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 1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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