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3일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9주년 행사’에 참가한 ‘드루킹’ 김아무개씨(왼쪽 다섯째).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댓글 추천수 조작 사건’에 대한 부실한 초동 수사로 혹독한 비판을 받은 경찰이 수사 범위를 넓혀가며 본격적인 속도전에 돌입했다. 경찰은 ‘드루킹’ 김아무개(48)씨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과 수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김 의원의 개입 여부에 대한 수사 의지를 밝히는 한편, 매크로 프로그램이 사용된 지난 1월 기사 외에도 3월에 6건의 추가 조작이 이뤄진 단서를 잡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 김씨가 매크로를 사용해 댓글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기사 6건의 분석을 네이버에 의뢰한 결과 “해당 기사들도 매크로를 이용해 공감 클릭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새로 밝혀진 6건의 기사는 지난달 16일(4건)과 18일(2건)에 포털에 송고된 것으로, 3월 한 달간 김씨가 텔레그램 비밀방을 통해 김 의원에게 보낸 기사 주소(URL) 3190개 가운데 댓글 창의 공감 클릭이 많은 것을 추려서 확인한 것들이다.
추천수가 조작된 댓글은 기사당 3개씩 총 18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앞서 1월17일 기사에서 매크로 조작에 사용된 네이버 아이디(ID) 614개 중 205개가 18개 댓글 추천수 조작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씨 등이 매크로를 이용해 추천한 댓글 중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은 이날 새벽 김 의원이 김씨에게 보낸 온라인 기사 주소 10개를 공개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의원이 김씨에게 의례적으로 ‘고맙다’는 답을 한 적도 있긴 하지만, 김씨가 보낸 (텔레그램) 글을 안 읽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한 내용을 뒤집는 내용이다. 김 의원이 김씨에게 기사 주소를 보낸 사실이 확인된 만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두 사람의 관계와 민주당 선거 캠프 차원의 조직적 개입 여부 등을 조사할 필요성도 높아졌다.
경찰은 또 김씨가 김 의원 보좌관을 통해 일본 대사 인사 청탁을 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보좌관이 이에 대해 응답하지 않자, 일본 대사 대신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청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만간 김 의원의 보좌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또한 김씨의 조직 운영 자금과 관련해 현재 구속된 피의자 외에 참고인 2명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김씨와 김 의원이 지난해 대선을 앞둔 1~3월 보안성이 높은 ‘시그널’ 메신저를 통해 나눈 대화 내용도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시그널은 메시지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감추거나, 상대방이 화면을 캡처하면 이 사실이 통보되는 기능 등을 갖춘 메신저로 알려졌다. 외부뿐만 아니라 대화 상대방에 대해서까지 보안성이 특화된 메신저인 셈이다. 특히 시그널의 특정 비밀대화방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주고받는 이들이 ‘오프라인’에서 만나 별도의 코드를 지정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특별히 보안에 신경을 쓴 대화가 오간 셈이어서, 이 대화 내용이 복원되는지 여부에 따라 수사 진행에 변곡점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와 더불어 이번 사건의 핵심 공범으로 지목된 박아무개(30·필명 서유기)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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