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 추천수 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아무개(48·필명 드루킹)씨 등이 댓글 조작을 위해 별도의 자동화 서버를 구축하는 등 상당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서버의 구축 시기와 이를 활용한 댓글 순위 조작 등 혐의를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또 김씨 쪽으로부터 지난해 500만원을 건네받은 사실이 드러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한아무개 전 보좌관을 조만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24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김씨 등은 자동화된 명령 실행으로 댓글 추천수 등을 조작하는 데 필요한 서버를 별도로 구축하는 등 댓글 조작을 위한 기반을 조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등은 이 서버를 ‘킹크랩’이라는 은어로 불러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김씨 등이 매크로 구동을 위한 서버를 구축한 시기와, 실제 이 서버를 통해 네이버 쪽에 전달된 조작 신호 등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매크로 조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별도 서버를 구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서버의 활용 시기와 방법 등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 등의 인사청탁과 관련된 의혹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김씨 쪽으로부터 500만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진 김경수 의원의 한아무개 전 보좌관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한 전 보좌관을 조사하기 위해 출석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보좌관은 지난해 김씨 쪽으로부터 500만원을 건네받은 뒤 김씨가 구속된 뒤인 지난 3월말 이 돈을 돌려줬다. 한 전 보좌관은 김씨가 주일 대사, 오사카 총영사 등 인사청탁을 한 창구 역할도 맡았던 인물이다. 김씨는 인사청탁이 거절되자 김경수 의원한테 “돈거래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등의 협박 메시지를 보냈고, 김 의원이 이에 대해 두차례 답변을 남긴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한 전 보좌관 소환을 통해 돈거래의 명목과 돈이 전달된 방법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김씨 등이 운용한 인터넷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과 출판사 느릅나무의 회계 자료에 대한 추적 범위도 넓히고 있다. 경찰은 이날 파주세무서와 강남의 한 회계법인을 압수수색해 느릅나무 출판사의 세무신고서와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 특별한 수익이 없었던 느릅나무 출판사와 별도의 사업자 등록 없이 비누 판매 등 수익 사업을 벌여 운용된 경공모는 회계상 수익을 혼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을 통해 느릅나무 출판사가 정상적인 수익 신고를 통해 법인소득세 등을 문제없이 납부했는지 확인하고, 이들의 자금 운용 현황도 파악할 계획이다. 느릅나무와 경공모의 회계 책임자였던 필명 ‘파로스’는 ‘드루킹’ 김씨의 지시에 따라 경공모와 느릅나무의 수익 및 지출을 기록한 자료(일계표)를 복구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매일 파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또 이들 사이의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김씨 등의 금융계좌와 거래사실이 드러난 연결계좌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정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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