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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손 클릭’과 차이없으면 드루킹 댓글작업 무죄라고요?

등록 2018-05-04 09:50수정 2018-05-04 10:23

드루킹쪽 “손과 매크로 차이 없어 네이버 업무에 영향 없었을 것”
전문가 “댓글 어뷰징도 뉴스 서비스 취지 왜곡한 업무방해 해당”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아무개(필명 드루킹)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와 법정에 출석하는 김씨의 모습
댓글조작 혐의로 구속된 김아무개(필명 드루킹)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와 법정에 출석하는 김씨의 모습
2일 서울중앙지법 소법정. 네이버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로 기소된 김아무개(48·필명 드루킹) 씨와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 3명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김씨 등은 지난 1월17일 경공모 회원들의 아이디 614개와 매크로 프로그램(클릭 등을 자동으로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비판하는 댓글 두 개에 추천수를 올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는 댓글과 “땀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라는 댓글에 각각 606번, 609번의 추천을 눌렀습니다. 검찰은 김씨를 비롯한 경공모 회원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의도에 맞는 댓글을 집중 추천한 탓에 기사를 접한 일반 이용자들이 여론에 대한 통계를 잘못 인식하게 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날 진행된 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김대규 판사와 드루킹 쪽 변호인 오정국 변호사 사이에 오고 간 대화 내용을 보겠습니다.

판사 “(네이버에서) 한 번 공감(추천)을 누른 댓글에 중복해서 추천을 누를 수 없을 것 같은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하나의 아이디로 같은 댓글에 여러 번 (추천) 클릭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변호사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아이디 하나당 한 번만 공감(추천)할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여러 번 누르는 게 아니라 손으로 한 번 클릭하는 것과 똑같이 한 번만 추천을 누를 수 있는 걸로 압니다.”

판사 “매크로를 이용하면 여러 댓글에 (추천) 클릭을 자동적으로 하는 건…”

변호사 “아닙니다.”

판사 “매크로를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변호사 “댓글에 공감(추천)을 손으로 클릭하는 게 귀찮아서 매크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판사 “(매크로를 이용하면) 네이버 로그인이 자동으로 되는 것인가요?”

변호사 “그건 아닙니다. 로그인은 손으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치는 겁니다.”

판사 “손으로 로그인 하는 것과 매크로로 (로그인)하는 것의 차이가 있나요?

변호사 “손으로 클릭하는 것과 (매크로를 돌리는 게) 크게 차이가 없어 실제로 네이버의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손으로 클릭하는 것과 매크로를 돌리는 게 크게 차이가 없어 실제로 네이버의 업무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드루킹 쪽 변호인의 답변입니다. 일각에선 이 답변을 바탕으로 해서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수사기관에서 무리하게 정치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우선 매크로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매크로는 컴퓨터에서 사람이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작업을 마우스 클릭 한 번, 단축키 하나로 끝낼 수 있게 해주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엑셀이 한 번의 메커니즘을 통해 일괄적으로 복잡한 계산을 해결해주듯 매크로 역시 단순 반복 작업을 한 번에 할 수 있게 해주는 작동 방식을 일컫습니다. 대학가에서 치열한 수강신청을 할 때, 명절을 앞두고 귀성길 KTX 열차표를 예매할 때,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을 할 때 등과 같이 순간적인 타이밍에 빠른 속도로 클릭을 반복해야 할 때 매크로가 자주 활용되는 이유입니다. 사람이 직접하게 될 경우 손에 쥐가 나도록 마우스 왼쪽 버튼을 눌러야 하는 작업을 매크로가 대신해줍니다. 이런 점에서 “(매크로 이용은) 손으로 클릭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드루킹 쪽 변호인의 발언 자체는 사실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크로는 업무 효율을 높여 작업시간을 단축해준다는 점에서 사람의 수작업과 엄연히 차이가 납니다. 손으로 일일이 클릭을 해야 하면 번거롭기도 하고, 시간도 걸리지만, 매크로는 같은 작업을 사람이 할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마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처럼 매크로를 이용해 댓글 추천을 누를 경우 일일이 ‘손 클릭’을 할 때보다 단시간에 많은 추천 수를 누를 수 있겠지요. 아래 영상은,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로 행위로 당시 평창겨울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 구성을 비판하는 댓글 두 개에 추천 수가 올라가고 있는 모습을 찍은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법원은 과거 매크로를 이용한 업무방해 사건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요? 법원은 2007년 게임회사와의 약관을 위반하고 온라인 포커게임에서 매크로를 이용, 게임머니를 불법적으로 판매해 드루킹과 같은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고인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피고인들이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개개의 명령을 부정하게 변경, 삭제하지 않았고, 매크로를 이용한 결과 서버 접속시간이 지연되거나 다른 이용자들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과 드루킹의 댓글 추천 수 조작 사건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새로운 기사가 올라온 직후 경공모처럼 특정한 목적을 가진 집단이 단시간 내에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댓글에 추천을 몰아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우리는 기사 밑에 달린 댓글 공론장에서 하나의 여론이 형성되면, 그 다음 이용자들도 초기에 ‘주류’로 떠오른 반응을 따라가거나 그 반응을 보고 기사 내용에 대해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경향을 자주 목격합니다. 앞선 판결에서 “서버 접속시간이 지연되거나 다른 이용자들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무죄 판결을 내린 것과 달리,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의 댓글 조작 행위는 누리꾼들의 공론장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전문가들도 기술적 장애의 여부만으로 업무방해 혐의를 판단할 수는 없다며 드루킹 쪽 변호인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미디어스타트업 개발자 이준행 씨는 “디도스 공격을 받아 서버가 다운되는 것과 같은 기술적인 서비스 장애는 없었다고 하더라도 드루킹의 어뷰징(반복적인 댓글, 클릭 수를 조작하는 행위)은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본래 취지를 왜곡한 행위”라며 “추천 수를 조작해 포털 이용자들의 정상적인 여론과 정상적으로 작성된 글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가린 것도 업무방해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익명의 또 다른 개발자는 수십 대에서 많게는 수백만 대의 PC를 원격 조종해 특정 웹사이트에 동시에 접속시킴으로써 단시간 내에 과부하를 일으키는 행위인 디도스 공격에 악용되는 ‘핑(PING)’과 매크로 조작을 견주어 설명합니다. 핑은 인터넷을 쓰는 호스트에 메시지를 보내 응답을 받을 수 있느냐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인터넷이 서버에 문제없이 연결됐는지 검사하는 통신 프로그램입니다. 이 개발자는 “핑도 원래 지극히 정상적인 통신 프로그램인데 디도스에 악용된다”며 “짧은 시간 동안 여러 대의 컴퓨터로 핑을 전송할 경우 이 신호에 응답해야 하는 서버에 과부하가 걸려 정상적인 서비스를 방해하는 해킹에 해당하는 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전문가의 설명은 결국 매크로의 ‘정상성’ 여부와 법적 업무방해 문제는 별개로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댓글 추천 수 조작 사건의 피해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네이버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의 첫 공판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을 게 없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경찰에서 추가로 조사 중인 것이 있다. 범행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공소장을 변경할 예정”이라며 “압수물 분석이 한 달 정도 뒤에 끝날 것으로 예상이 돼서 다음 기일까지 그만큼의 시간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변호인은 “추가기소는 할 수 있지만 기소하고 2주가 넘었는데 증거를 만들지 못해 목록을 제출 못한 것에 대해선 의구심이 든다”며 “공소사실을 부인하지도 않고 인정하기 때문에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습니다. 드루킹과 경공모 회원들에 대한 2차 공판은 오는 16일 열릴 예정입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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