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중앙대학교 아시아문화학부 일본어문화전공 ㄱ교수의 연구실에 ㄱ교수의 성폭력 가해를 규탄하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성폭력 교수에게 더이상 설 자리가 없다.”
대학의 교수 연구실에 성폭력 비위 사실을 폭로하고 파면을 요구하는 포스트잇이 다시 붙었다. 지난 3월 이화여대 관현악과 ㄱ교수·조소전공 ㄴ교수 연구실을 시작으로 4월엔 연세대 문과대학 ㄷ교수, 성신여대 사학과 ㄹ교수·서울대 사회학과 ㅁ교수 등 성폭력 가해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조용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퍼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분노가 쉬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4일 오전 대학원생들에게 강제 입맞춤을 하고 연구비를 횡령한 의혹을 받고 있는 중앙대 아시아문화학부 ㄱ교수의 연구실엔 색색의 포스트잇 약 200여개로 도배됐다. ㄱ교수의 연구실로 향하는 복도 바닥엔 ‘파면길’이라는 화살표가, 교수의 위치 상태를 알리는 연구실 문 앞 알림표엔 ‘파면’이라는 글자가 붙었다. 중앙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ㄱ교수는 지난 2009년부터 약 10년 동안 학생들을 밤늦게 불러내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강제로 입맞춤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월 ㄱ교수의 성폭력 피해 학생 4명은 교내 인권센터에 ㄱ교수의 성폭력 의혹에 대해 신고했으며, 인권센터는 지난달 23일 ㄱ교수를 파면할 것으로 대학본부에 권고했다.
제자들을 상대로 성폭력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중앙대학교 일본어문화전공 ㄱ교수의 연구실로 가는 복도 바닥에 ‘파면길’이라는 테이프가 붙어있다.
중앙대 총학생회와 성평등위원회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센터의 권고대로 ㄱ교수를 파면할 것을 촉구했다. 이소현 일본어문화과 학생회장은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며 교수로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한 교수에게 더이상 서있을 교단은 없다”며 “인권센터의 권고는 어디까지나 권고이기 때문에 징계위가 열릴지, 실제 파면이 될지 모른다. 성폭력 교수가 학교로 돌아오는 것은 학습권 침해이기 때문에 당장 파면하라”고 말했다. 조승현 중앙대 총학생회장은 “이웃의 학교, 그 옆 학교, 또 그 옆학교까지 교수에 의한 연쇄적인 성폭력 사실이 고발되고 있다는 사실과 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뿐인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는 사실에 분노한다”며 “학교의 미온적 처분 때문에 가해 교수가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는 공포와 결부된다”고 지적했다.
중앙대 인권센터의 파면을 권고에도 실제 ㄱ교수가 파면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립학교법에 적시된 징계 시효가 5년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권센터에 접수된 피해사례는 2012년 이전이다. 조 총학생회장은 “사립학교법이라고 쓰고 ‘성폭력 가해교수 보호법’이라고 읽는다”며 ”5년으로 제한된 징계시효, 소급적용되지 않는 개정된 법조항은 앞으로 고발될 미투를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원인사위원회에 ㄱ교수의 성폭력 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줄것을 촉구했다.
한편, 성폭력·갑질 의혹을 받는 사회학과 ㅎ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서울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대학본부를 찾아 성낙인 총장에게 빠른 해결을 요구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끝남에 따라, 이제 ㅎ교수에 대한 징계 확정은 총장의 수리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미 성낙인 총장은 징계위원회의 정직 3개월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만큼 징계위원회의 결정을 끝까지 거부하고 ㅎ교수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 방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서울대 교원징계위원회는 제자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연구비를 황령한 의혹을 받고 있는 ㅎ교수에 대해 재심에서도 정직 3개월을 결정했다. 이에 항의해 사회학과 대학원생 박사과정 10명은 ㅎ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집단 자퇴서를 제출했다.
글·사진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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