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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폭력 가해 교수 ‘깜깜이 징계’에 학생들이 다시 모였다

등록 2018-07-17 16:45수정 2018-07-18 10:24

이대 총학생회, “성폭력 교수 징계결과 공개해야” 규탄 집회
학교쪽 “‘교원인사규정’상 개인정보여서 공개 못해”

‘미투’ 이후 대학 징계 결과 공개 않거나 절차 더뎌
징계 잠정 중단되거나, 피해자 2차 가해도 이어져
“‘성폭력 가해자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호와 같아”
17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서 열린 ‘교원징계위원회 규탄 이화인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색색의 우산을 쓴 채 성폭력 가해 의혹 교수의 징계위원회 절차 결과를 공유하지 않는 학교를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7일 낮 12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서 열린 ‘교원징계위원회 규탄 이화인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색색의 우산을 쓴 채 성폭력 가해 의혹 교수의 징계위원회 절차 결과를 공유하지 않는 학교를 규탄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날씨가 무덥습니다. 집회에 참가해주신 분들은 우산을 꼭 들어주세요.”

한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른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교정에 색색깔의 우산이 펼쳐졌다. ‘교원징계위원회 규탄 이화인 집회’를 주관한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집회 참가자들이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준비한 우산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폭염 속에서 땡볕에 앉은 80여명의 학생들은 “성폭력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 결과를 공개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가 열린 이유는 이화여대에서 성폭행 가해 교수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진행하면서도, 그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탓이다. 앞서 지난달 3월 이화여대에서는 조형예술대학 ㄱ교수, 음악대학 관현악과 ㅅ교수가 상습적으로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미투’ 고백이 나왔다. 교원인사팀은 지난 11일 총학생회에 “조형예술대학 교원은 징계위원회가 완료돼 징계 처리되었음을 알려드린다”는 공문만 보낸 채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밝히지 않았다.

차안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징계위 결과가 공개되지 않으면 가해 교수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어도 피해 학생들은 이의제기조차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김혜림 동아리연합회 회장 역시 “대학내 권력형 성폭력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을 경우, 구성원 모두가 가해 교수가 다시 교정에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원징계위원회 결과 공개하라’, ‘가해교수 파면하고 2차피해 방지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대학본부를 항의 방문했다.

지난 2월 이후 서울시내 대학 곳곳에서 교수의 권력형 성폭행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이어졌지만, 대학 차원의 징계는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자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나온 한국외대 ㄱ교수·ㅅ교수 역시 학교가 징계 결과를 알리지 않아, 지난 5일 총학생회가 결과 공유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수업중 성희롱성 발언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온 연세대 철학과 ㄱ교수의 경우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징계 절차가 진행중이다. ‘연세대 ㄱ교수 성폭력 대응을 위한 학생연대체’에서 활동하는 박신영(23·국어국문학)씨는 “징계위원회가 교수들로만 구성되어 있어 학생들은 내부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성희롱 발언에 안일한 학교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학교 쪽의 더딘 대응은 2차 피해로 이어진다. 동덕여대는 미투 운동을 비하하고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하일지 문예창작학과 교수에 대해 진상조사를 잠정 중단하고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하 교수는 피해 학생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났다. 또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나온 세종대 김태훈 교수(영화예술학)는 학교 징계 절차 진행중에 ‘제자와 연인 사이였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윤김지영 건국대몸문화연구소 교수는 “교내 징계위원회가 학생들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징계 결과를 피해 학생에게조차도 알리지 않는 것은 ‘성폭력 가해자라도 얼마든지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사회에 던지는 것과 같다”며 “대학 사회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수하면서 피해를 고백한 미투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대학이 보다 투명하고 단호한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황금비 최민영 장수경 신민정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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