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특별검사팀 관계자들이 지난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의원 시절 사용했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압수물을 들고 나와 이동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김경수(51) 경남도지사가 6일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구 강남역 근처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와 조사 받는다. 김 지사는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이 벌인 포털 댓글 추천수 조작의 공범(업무방해) 혐의와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드루킹에게 ‘댓글 지원’을 부탁하고 그 대가로 공직을 제안(공직선거법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 지사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수사기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김 지사는 2009년 4월3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조사 받을 때 비서관 자격으로 ‘수행’을, 2013년 10월15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수사 때 ‘참고인’으로 조사 받았다. 지난 5월4일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했을 때도 참고인 신분이었다.
이번 조사의 핵심 쟁점은 김 지사가 드루킹 등이 만든 댓글 추천수 자동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존재와 사용 여부를 알았느냐로 모아진다. 특검팀은 2016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하는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열린 ‘킹크랩 시연회’에 김 지사가 참석했으며, 킹크랩 성능에 만족감을 표했다는 드루킹 쪽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킹크랩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는 김 지사의 주장을 반박하려고 ‘시연회’ 당일 김 지사의 운전기사가 출판사 근처에서 결제한 신용카드 사용기록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김 지사 쪽은 느릅나무 출판사를 몇 차례 가긴 했지만 지지자 모임 정도로 알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 지사 쪽은 5일 “출판사에 간 사실이 있다고 이미 밝혔는데, 특검팀이 운전기사의 신용카드 사용기록을 확보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또 지난해 12월 김 지사가 드루킹 김씨에게 이듬해 6·13 지방선거 때 도와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그 대가로 일본 쪽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드루킹 쪽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 때는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다. 이에 김 지사 쪽은 “정치인이 공직에 사람을 ‘추천’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임명권’이 없는 김 지사가 자리를 약속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경남 김해에서 재수 끝에 첫 금배지를 단 김 지사가 지난해 말에는 경남지사 출마 뜻이 없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실제 김 의원은 지난 4월에야 출마 뜻을 굳혔다. 반면 경남이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며 일찌감치 ‘김경수 차출설’이 정치권에서 돌았다는 반론도 있다. 이와 관련해 드루킹과 김 지사가 주고받은 보안 메신저 ‘시그널’ 대화 내용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수사 기간과 김 지사 쪽 ‘부인 전략’에 비춰볼 때 특검팀이 김 지사 조사 뒤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 특검팀이 ‘김 지사의 부인 전략’을 이유로 수사 기간 연장의 필요성을 거론할 수도 있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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