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의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조사받기 위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특검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날 장미꽃을 든 지지자들이 김 지사를 향해 꽃을 던지기도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의 포털 댓글 추천수 조작 공모 혐의(업무방해) 등을 받는 김경수(51) 경남도지사가 6일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사실상 ‘최종 수사대상’인 김 지사의 진술을 분석한 뒤 추가소환 또는 곧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허익범 특검과 별도의 면담 없이 곧장 영상녹화 장비가 갖춰진 조사실로 이동한 김 지사는 오영중 변호사 등 변호인 4명의 도움을 받아가며 밤 늦게까지 조사를 받았다. 조사는 검찰에서 파견된 이선혁 부장검사 등이 맡았다. 특검팀은 김 지사를 상대로 2016년 11월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드루킹 일당이 만든 댓글 추천수 자동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에 참석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앞서 드루킹 김씨 등은 특검팀 조사에서 ‘당시 김 지사가 킹크랩 성능에 만족감을 나타냈다’며, 김 지사가 킹크랩 존재는 물론 작동 방식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또 김 지사가 지난해 말 6·13 지방선거에서 킹크랩을 통한 선거지원을 요청하며 그 대가로 드루킹 쪽에 일본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제안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조사했다.
김 지사는 드루킹 쪽 주장은 물론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쪽과는 정치적 지지자로 알고 만났고, 느릅나무 출판사 역시 지지자 모임이 주최한 행사여서 참석했을 뿐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특검팀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기자들을 만난 김 지사는 ‘킹크랩을 본 적이 있느냐’, ‘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지사는 종일 이어진 조사가 끝난 뒤 잠시 휴식을 취했다가 자정께부터 자신의 진술이 담긴 조서 열람을 시작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예정된 출석 시간보다 4분 정도 이른 오전 9시26분 특검팀 사무실 앞에 나타났다. 그는 승합차에서 내린 뒤 30여m를 천천히 걸어오며 미리 나와 있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거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김 지사 쪽으로 장미꽃을 던지며 응원했다. 김 지사는 “특검이 정치공방이나 갈등을 확산시키는 정치특검이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진실된 특검이 되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 지사 출석을 앞두고 특검팀 사무실 주변은 취재진 100여명과 지지자 및 반대자가 엉키며 혼잡을 빚기도 했다. 지지자들은 ‘특검의 언론플레이 국민 눈에 다 보인다’, ‘특검을 특검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반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이른바 ‘태극기 부대’는 김 지사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특검 사무실 주변에는 경찰 500여명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한편 이날 특검팀은 평소 진행하던 정례브리핑 조차 생략하는 등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 3명이 일제히 김 지사를 지지하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엄정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정치적 논란을 피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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