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쌍용자동차 희생자 30명을 기리며 30배를 하고 있는 김득중 전국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위원장,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최소 요구하며 청와대 들머리에서 23일차 단식농성중인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 전주시청 조명탑 위에서 338일째 농성중인 김재주씨를 지원하고 있는 김영만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지부장, 목동 열병합발전소 75미터 굴뚝에서 269일째 농성중인 홍기탁·박준호를 지원하고 있고 자신도 408일 동안 고공농성을 했던 차광호 파인텍 지부장, 해고노동자 박옥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김명진 기자
‘입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위가 맹위를 떨친 7일 서울 시내에서는 아직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노동 현장과 관련한 기자회견이 잇달아 열렸다.
그 첫번째는 전주 택시와 서울 목동 파인텍 노동자들의 기자회견. 법인택시 월급제(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 시행을 요구하며 지난해 9월 4일 전북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 오른 김재주 씨는 이날로 338일째, 파인텍(옛 스타케미컬) 노동자 홍기탁, 박준호씨는 노조와 약속한 조합원 5명의 고용승계와 노동조합 및 단체협약 보장 등을 요구하며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269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전주 조명탑 농성장의 기온은 42도, 서울 목동의 굴뚝은 45도(6일 기준)에 달했다. 지상보다 더 뜨거운 공중감옥에 스스로를 가둔 이들을 보다 못해,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청와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김영만 공공운수노조 택시 지부 지부장(왼쪽)과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전주 택시 - 서울 목동 파인텍 고공농성자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온도계를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주 택시 - 서울 목동 파인텍 고공농성자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열려 참가자들이 정부의 즉각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이어 11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 처분취소를 촉구하는 펼침막을 내걸었다.
‘재판 개입’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 소송이 시작된 뒤 5년 가까이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사건이 장기화된 원인은 대법원이 노조 자격 박탈 처분을 정지해 달라며 전교조가 낸 상고심을 2년6개월째 뭉개고 있기 때문이다. 그사이 전교조는 노조전임자 34명이 해직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었다. 대법원이 본안 판단이 아닌 집행정지신청 사건까지 미루고 있었던 것을 두고 ‘대법원-청와대’ 사이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도 커지고 있다. 법의 작동 과정은 의혹 투성이인데 이들은 그 법의 질곡에 갇혀 이 여름 타들어가고 있다.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7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직권취소 즉각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그리고 오후 1시30분에는 서울 대한문 앞 쌍용차 고 김주중 조합원 추모 분향소에서 쌍용차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실상 해체상태였던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올해 6월 김주중 조합원의 사망과 대법원 ‘사법 농단’ 등을 겪으며 5년여 만에 재결성하고, 해고자 복직 문제에 있어 정부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반올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참여연대 등 199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했다. 이들은 “쌍용차 노동자를 향한 국가 폭력과 사법 농단의 폐해를 정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아직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고 김주중 조합원 시민 분향소에서 ‘국가폭력 진상규명, 해고자 전원복직,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쌍용자동차 희생자추모 및 해고자복직 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고 김주중 조합원 시민 분향소에서 ‘국가폭력 진상규명, 해고자 전원복직, 손배가압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희생자 30명을 추모하는 30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오체투지, 삼보일배, 고공농성, 원정투쟁, 단식, 삭발, 죽음까지… 이 노동자들이 시도하지 않은 호소와 투쟁의 방식이 어디 있을까. 오늘 기자회견문에 꾹꾹 담겨진, 벼랑 끝에 선 노동자들의 타는 목소리를 다시 새겨본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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