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가 7일 새벽 서울 강남구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7일 김경수(51) 경남도지사를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구속영장 청구는 추가 조사 뒤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특검팀은 “조사할 것이 많다”며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김 지사를 압박할 구체적 물증 확보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박상융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준비한 질문이 많이 남았다”면서 “변호인과 협의해 날짜를 정하고 2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또 “김 지사도 추가 조사를 수용했다”면서 “영장 청구 단계까지는 아직 검토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 쪽은 애초 특검팀에 ‘비공개 2차 소환’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이날 “2차 조사 때도 포토라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성심껏 답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전날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팀에 나와 자정까지 조사 받은 뒤, 이날 새벽 3시50분께 조서 검토를 끝냈다. 김 지사는 ‘특검이 혐의를 뒷받침할 유력한 증거를 제시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유력한 증거가 확인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 지사 쪽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특검팀이 제시한 증거가 주로 드루킹 쪽 주장이었다.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물증은 특별히 없었다”고 조사 분위기를 전했다.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 일당의 주장이나 진술을 뛰어넘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없었다는 주장이다.
물론 특검팀이 2차 조사나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염두에 두고 구체적 물증을 따로 빼놓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하는 성향이 강한 드루킹 김씨의 진술, ‘김경수’를 소재로 한 경제적 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끼리 주고받은 대화 내용 등이 주로 알려졌을 뿐이다.
김 지사가 2016년 11월 경기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드루킹 근거지)를 방문해 댓글 추천수 자동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의 성능을 확인했다는 ‘핵심 혐의’ 역시 아직 드루킹 쪽 진술 말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 지사와 드루킹의 ‘특수 관계’를 입증할 ‘20170314미팅주제정리’ 파일 등 특검팀이 추가로 확보했다는 자료에는 ‘지방선거를 돕는 대가로 경공모 핵심 회원의 인사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드루킹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김 지사 쪽 반박 논리를 깨려면 추가 증거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그간 언론을 통해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 드루킹 쪽 말고는 특검이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는 크게 없는 것 같다. 특검팀 내부적으로는 경찰의 초동수사 때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부분을 크게 아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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