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가 서울 서초구에 있는 특검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확보한 메신저 대화 내용을 하나로 꿰어주고, 정황 증거의 빈 곳을 메워줄 듯했던 ‘드루킹’ 김동원(49·구속)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자신의 죄를 인정한 핵심 피의자 진술이 수사 막바지에 바뀌는 것은 이례적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특검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2일 <한겨레> 취재 결과, 드루킹 김씨는 지난 10일 특검 조사실에서 진행된 김 지사와 대질신문에서 기존 일부 진술을 번복하는 등 갈팡질팡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사가 받는 업무방해 공범 혐의는 2016년 11월 드루킹 일당이 만든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시연회를 보고 김 지사가 사용을 지시하거나 묵인했는지가 관건이다. 특검팀은 당시 ‘시연회’ 장면이 담긴 시시티브이(CCTV)나 김 지사와 주고받은 메신저 대화 등 직접 증거는 확보하지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드루킹 김씨와 경제적 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 등이 얼마나 일관성 있는 진술을 하는지가 김 지사 처벌 여부 및 수위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였다.
하지만 김 지사 2차 조사 때 이뤄진 대질신문에서 드루킹 김씨는 ‘킹크랩 시연회’ 뒤 김 지사로부터 격려금 명목으로 100만원을 받았다는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다. 특검팀이 격려금 100만원의 존재를 거듭 추궁해도 김씨는 끝까지 침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격려금 100만원이 드루킹 김씨와 김 지사의 공모 관계를 입증할 주요 정황 증거였는데, 드루킹 김씨의 진술 번복으로 ‘킹크랩 시연회’ 자체의 신빙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경찰 수사 때 드루킹 일당이 ‘격려금 100만원을 한 번만 받은 것으로 하지 말고 다달이 받은 것으로 하자’는 취지로 모의한 사실도 최근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오사카 총영사 청탁과 관련해서도 드루킹 김씨의 진술은 ‘널뛰기’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직접 작성한 문서에 ‘2017년 6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둑이(김 지사)를 만나 오사카 총영사직을 요구했다’고 썼다. 하지만 대질신문 땐 “처음 보는 문서”라고 했다가, 다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결국엔 “잘못 기재했다”는 식으로 말을 계속 바꿨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오사카 총영사 청탁 시기를 ‘6월7일 이후’로, 청탁 대상도 김 지사 본인이 아닌 ‘보좌관’으로 바꿔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혐의를 입증할 기본 전제인 일시·장소·사람이 모두 흔들린 셈이다.
특검팀은 김씨의 진술 번복과 관련한 보강조사를 위해 지난 11일 공범인 ‘서유기’ 박아무개(31)씨를, 12일엔 김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또 이날 2016년 6월 드루킹 김씨를 김 지사에게 소개해 주고, ‘간담회 사례비’ 명목으로 경공모 쪽으로부터 2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또 김씨가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도아무개 변호사를 만난 백원우(52) 민정비서관도 곧 참고인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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