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비서 김지은씨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1심 무죄 선고를 규탄하고 집회를 갖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 선고에 항의하기 위해 시민들이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14일 안 전 지사의 재판 결과를 전해 들은 시민 100여명은 이날 저녁 7시께 1심 선고가 내려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 재판부에 거세게 항의했다. 시민들은 안 전 지사의 ‘위력에 의한 간음’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안희정이 무죄라면 사법부는 유죄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사법 정의는 죽었다” “성폭력 방조죄로 법원도 감옥 가라” 등 사법부에 대한 격앙된 반응을 담은 펼침막도 들었다.
이날 사회를 본 ‘불꽃페미액션’의 이가현 활동가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집중했던 사건이지만 사법부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재판부가 ‘위력은 존재하지만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도청 안에서도 일상에서도 위력이 없었다면 ‘위력의 존재함’은 어디서 알아냈다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재판부는 결심공판에서 안희정 변호인단이 했던 논리를 선고문에서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며 “재판부가 한국 여성들에게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려면 모든 직업적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도 시위에 동참했다. 공대위에서 활동하는 김혜정씨는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엘리트 검사도 자신의 피해를 고백하는 데 7년이 걸렸다”며 “사법부는 검사를 7년 동안 침묵하게 한 권력의 작동을 보려고 하지 않았다. 사법부는 100가지, 1000가지 미세한 위력의 작동에 기여하는 가해자들에게 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기회를 걷어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들은 ‘대법원 판결까지 연대할 것’을 약속했다.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된 선고를 보려고 아침 7시20분께 법원에 도착했다는 이아무개씨는 “와보니 벌써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어서 대기번호 43번을 받았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공정한 판결을 기다렸는데 사법부가 이를 저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씨는 “재판부는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사회적 합의를 탓했다. 이 지긋지긋한 사회적 합의를 위해 시민들이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대학생 ㄱ씨도 “우리가 지치지 말고 무력감을 극복하며 같이 연대해 대법원 판결까지 끝까지 함께했으면 한다”고 발언해 박수를 받았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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