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중기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법농단 수사 관련 검찰의 영장 기각 사유 공개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4층 중회의실에서 14개 법원을 대상으로 국감이 진행된 가운데, 민중기 중앙지방법원 법원장은 “검찰이 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는가”라는 이완영 의원(자유한국당)의 질의에 “전체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부분은 잘못됐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민중기 법원장은 “영장(발부 여부)에 대해서 비판은 가능하겠지만 사실관계를 과장하거나 추측성 비판을 하는 것은 재판권 침해로 여겨질 수 있다”며 “(검찰의 기각 사유 공개)는 수사의 밀행성에 비춰봐도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사법농단’ 수사 선상에 오른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등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검찰에 밝힌 영장 기각 사유를 공개하며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를 비판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지난달 20일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검찰은 영장 판사가 밝힌 기각 사유를 공개하며 “어떻게든 구속 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 사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설명에 따르면, 허 부장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 된다”며 유 변호사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다고 한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질타도 여·야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이은재 의원(자유한국당)은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지만 이는 법관들에게만 해당된다”며 “법관들의 이해가 걸린 사건은 열심히 영장 기각할 사유 찾는 반면 다수 일반 사건에 대해서는 진지한 검토 없이 그저 검찰의 영장을 발부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 또한 “‘재판거래 없다, 사법농단 오해다’라는 게 판사들의 일반적 인식”이라며 “국민 인식과 상당히 동 떨어져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5월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 출입구 위쪽에 법원의 상징인 '정의의 여신상'이 보인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날 국정감사에선 강정마을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조정안을 마련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국감 참고인 출석 여부를 두고 여야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도읍 의원(자유한국당)은 “국민의 세금 운용에 관여하는 자가 구상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직무유기이고 국고손실죄에 해당한다. 담당 판사와 정부 사이 재판 외적으로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단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강정마을 구상금 청구 소송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이상윤 부장판사를 참고인으로 국감에 출석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장 이상윤)는 정부가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낸 34억여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의 조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정부(해군)는 2016년 3월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 등에 참여한 개인 116명(주민 31명 포함) 등을 상대로 34억5000만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정부가 “소송 외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뒤 재판부는 조정에 돌입했다. 재판부는 ‘정부는 소송을 취하하고 양쪽은 해군기지 건설 관련한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으며, 상호 화합과 상생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의 강제조정안을 마련했고 양쪽이 이를 모두 수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됐다.
김 의원의 요구에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여당 의원들은 “국감 증인은 여아간 합의에 의해 출석 여부를 결정하게 돼 있다. 갑작스러운 증인 출석은 관련 법규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국회증언감정법(제5조)에 따르면, 국감에 증인이나 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할 때는 출석 요구서를 출석 요구일 7일 전에 전달해야 한다. 여당·야당 의원이 발언권을 얻지 않은 채 격론을 벌이자 여상규 법사위원장(자유한국당)이 “위원장의 회의 진행권을 존중해달라”, “나가달라”고 언성을 높이는 등 국감장에 고성이 오갔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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