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한겨레> 자료사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구상권 소송에서 조정안을 도출한 판사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를 두고 여·야 의원들이 국감에서 정면 충돌했다. 급기야 여당 의원들이 야당의 ‘판사 국감 출석 요구’에 항의해 집단 퇴장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18일 서울중앙지법 등 14개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가 진행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은 제주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소송의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이상윤 판사의 출석 요구에 항의하며 집단 퇴장했다.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사위가 재판에 관여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국감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오후 국감은 일시 중단됐다.
여·야간 충돌은 김도읍 의원(자유한국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김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이상윤 부장판사를 참고인으로 출석시켜달라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강정마을 주민 등을 상대로 제기한 34억여원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민사12부(재판상 이상윤)는 ‘정부는 소송을 취하하고 양쪽은 해군기지 건설 관련한 민형사상 청구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강제조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정부는 재판부 조정안을 수용했고 강정마을 구상금을 둘러싼 오랜 갈등이 봉합됐다. 김도읍 의원은 “정부가 구상권을 포기하라고 강제 조정하는 건 유례가 없다. 국고손실죄라는 무거운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며 “담당 판사를 불러서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하게 된 경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 의원들이 이 부장판사에 대한 출석 요구를 굽히지 않자, 여당 의원들은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진정 국고손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조정 결과에 이의신청하지 않은 국가를 문제 삼아야지 원칙과 소신에 따라 판결한 판사를 나오라 마라 해선 안 된다”며 판결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이 부장판사에 국감 출석 여부를 물어보자”고 제안한 여상규 법사위 위원장의 의사 진행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법사위에서 출석 여부를 당사자에게 묻는 것 자체가 굉장한 압박”이라며 “여 위원장의 발언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자 여상규 위원장은 감사 중지를 선포했다. 오후 국감은 일시 중단됐고 2시간여만에 재개됐다.
지난 12일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감 당시에는 야당 의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주민 사면 복권 검토’ 발언을 문제 삼아 집단 퇴장한 바 있다. 장제원 의원은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강정마을 사건의 사면복권을 논하는 것 자체가 ‘재판농단’이자 ‘사법무력화’”라고 주장했다. 이은재 의원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사전에) 어떤 이야기가 됐기에 사면 얘기가 나왔는지 설명하라”고 밝혔다.
여·야 의원 대립으로 법무부 국정감사는 시작 30분 만에 파행됐다. 오전 11시50분께 재개됐지만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원칙적으로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답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감 취소”를 요구하며 집단 퇴장했다. 박 장관이 “향후 이번 사안이 구체적 사면 문제로 떠오를 때 관련법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에야 국정감사가 시작 4시간 30분만에 본격 재개됐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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