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회의실 들머리에 법과 정의의 여신 `아스트라이어'가 붙어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 직원들이 ‘교육 연수’를 명분으로 수년간 ‘가족 여행’을 다녀온 데 이어, 법원에 ‘마사지 프로그램’, ‘해외 여행’을 보내달라는 의견까지 낸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이 법원 직원들은 2017년 10월 26일 목요일부터 사흘간 경남 거제와 통영으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직원연수’를 떠났다. 이 연수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3년부터 ‘사법행정 능률 향상 및 역량 강화 목적’으로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진행해온 프로그램이다.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이 2박3일간 연수에 앞서 “계획서상 일정은 계획안 작성을 위한 것일 뿐, 실제로 운영되지 않는다. 모두 자유일정”이라고 안내했고, 실제 ‘가족여행’으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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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수도 비슷하게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2박3일간 일정은 관광지 견학이 대부분이었고, 실제 ‘연수’라고 할 만한 것은 2일차에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토론회와 사흘차 연수보고서 작성 정도밖에 없었다. 연수뒤 직원들이 법원에 제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연수가 사실상 ‘패키지 여행’으로 인식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들은 “패키지여행이라 크게 신경쓸 일이 없고, 알찬 일정이라 좋았다”, “힐링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마사지나 사우나 등 프로그램을 추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매해 연수장소를 변경해 국내 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 중국 등 비용이 국내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들더라도 많은 인원이 함께 갈 수 있는 곳을 선정하면 좋겠다”, “이동하는 시간이 많으니 우등버스를 준비해달라”고 제안했다. “평소 함께 어울릴 수 없었던 직원들과 친목을 다질 수 있어서 좋았다”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지난해 이 법원 연수에 들어간 예산은 930여만원이다. 전국 법원에 매년 7억6700만원 정도가 편성된다. 백 의원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에서 “온통 노는 일정밖에 없다. 국민 혈세를 갖고 연수한 게 맞는가”라고 질책했다. 민중기 법원장은 “직원들이 연수 보고서 작성으로 인해 신청자가 적었고,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담당자로서는 큰 부담없이 신청해도 되다는 것을 부적절하게 쓴 것 같다”며 “법원행정처 지침에 따라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현소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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