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세상의 한조각 원:피스
배달 노동자들이 보험을 들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
배달 노동자들이 보험을 들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이 세상에 있을까요? 사고가 있었거나 병이 났거나 심지어 가족에게 내려오는 질환에 따라 보험료는 제각각입니다. 그래도 대부분 사람들은 보험의 혜택을 받습니다. 하지만 1년에 400만원이 넘는 비싼 보험료 때문에 사실상 보험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처럼 이용하는 부름 음식을 배달하는 운전자들입니다.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이 배달 운전자의 하루를 같이 달리며 그들이 보험에 들지 못하는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피자가 왜 식었냐?”
억울한 배달 운전자는 더 빨리 달린다 배달 운전자 양일모(37)씨는 창원에서 10년 넘게 오토바이를 운전한 베테랑입니다. 취재진을 만났을 때 일모씨는 피자 배달에 한참이었습니다. 매장에서 피자를 받아 식기 전에 고객에게 가져다 줘야 하는 것이 그의 밥벌이입니다. 항상 하는 일, 몸놀림이 바빠 보입니다. 일모씨는 얼마 전 피자가 식었다는 고객의 잔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매장에서 피자를 받고 10분 안에 배달했는데, 피자 치즈가 식었다고 고객이 핀잔을 주시더라고요. 억울하지만 그 핀잔을 다 들을 수밖에 없죠.” 고객은 늘 왕입니다.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하는 게 배달 노동자의 운명입니다. 서두르면 사고가 나기 마련입니다. 그것 또한 배달 노동자의 운명 같은 것입니다.
’꽝’ 하면 전치 3주, 사고에 취약한 배달 운전자
1년에 약 11명 사망, 잦은 사고에 치명적인 부상도 배달 운전자에게 크고 작은 사고는 일상입니다. 일모씨도 최근에 오토바이가 크게 부서지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2차선을 직진으로 달리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승용차와 충돌했습니다. 부딪히면 더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늘 오토바이 운전자입니다. ‘꽝’ 하는 순간 나가 떨어졌고, 3주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다행히 승용차 과실로 판명 나 치료비를 받았습니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오토바이 운전을 하다 혼자 넘어지는 사고도 흔하고, 때론 본인 잘못이 100% 나오기도 합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배달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사람이 69명입니다.(질병관리본부 조사) 1년에 배달 운전자 약 1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목숨을 잃지 않더라도 오토바이 사고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1톤 영업용 트럭 120만원 vs 영업용 오토바이 290만원
위험은 일상인데, 안전망 구실을 하는 보험은 사실상 ‘부재’한 것처럼 보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영업용 오토바이 운전자 보험 가입을 보험회사에 확인해봤습니다.
‘00화재’ 자동차 보험에서 영업용 1톤 트럭으로 보험료 견적을 받아보니 대인과 대물 그리고 운전가가 사고가 나 다치치거나 사망할 때 지급하는 자기 신체 손해(자손)와 자기 차량 손해(자차) 보험까지 포함해 120만3,570원이 나왔습니다. 같은 곳에서 영업용 오토바이 보험 견적을 냈습니다. 대인, 대물만 포함해 290만4,540원이 나왔습니다. 트럭 보험료의 2배가 넘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손과 자차 보험은 아예 가입조차 할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자손과 자차 보험은 가입 자체가 차단된 상태였습니다.
보험 회사 상담원에 전화를 걸어 ‘자손을 들 방법이 없느냐’고 따졌습니다. “손해율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이륜차는 (자손 보험) 그런 것 없어요. 보험회사가 그래요. 고객님.”
일모씨를 비롯한 배달 운전자들이 보험 가입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제 오토바이가 450만원이거든요. 보험료 2년 치면 오토바이 한 대 더 사는 거죠.”
그나마 자손·자차 제외, 자손 가입하면 보험료 469만원 육박
수소문 끝에 자손 가입이 되는 보험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가격이 문제, 자차는 안 되고 자손만 포함했는데 469만원이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469만원! 한달 내내 쉬지 않고 일한다면 하루 2만원씩 보험료로 나가는 꼴입니다. 일모씨가 일하는 대행업체에서는 이번 달에만 5건의 사고가 났습니다. 얼마 전에도 큰 사고가 나 운전자가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다행히 상대방 과실이 커서 치료비를 해결했지만 다음에 어떨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일모씨가 일하는 대행업체 주성화 사장도 어마어마한 보험료가 야속할 뿐입니다. 직원들을 위해 보험을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보험회사가 400만원이든, 500만원이든 상품을 만들어 놓고, 네가 넣고 싶으면 넣으라고 하는데, 그건 넣지 말라는 거죠. 하루에 2만원, 3만원씩 그걸 어떻게 넣어요.”
보험 제공하는 업계 1위, 비싼 보험료로 적자
배달업 제도화 필요, 국가가 보험 등 지원해야 배달업계 1위인 배민 라이더스는 모든 라이더들에게 상해보험까지 포함된 오토바이 보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보험료 탓에 사실상 적자 운영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달 앱’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이제 막 3년이 지났습니다. 업계가 추산하는 배달 시장 규모는 12조원으로 커졌고, 배달 운전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납니다. 산업 규모는 커지는데 관리는 그야말로 엉망입니다. 기초 통계인 배달 운전자의 숫자는 산정 기관에 따라 1만명에서 20만명 사이를 넘나듭니다. 배달업이 명확한 기준 없이 누구나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후죽순 생기면서 체계적인 관리나 일 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뒷전이라는 것입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배달 노동자들이 보험 가입과 같은 안전망을 확보하려면 배달업의 제도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배달 노동자들의) 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정정도 제도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배달 앱 스타트업을 포함해 요건을 갖춘 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제한하고, 요건을 갖춘 업체에 대해서는 국가가 대표적인 사회보험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업체들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분배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요.”
하루 벌이를 채우기 위해 새벽 1시까지 ‘무보험’ 질주
밤 8시, 거리는 벌써 어두워졌습니다. 일모씨의 오토바이는 멈출 수 없습니다. “요즘 비수기라서 배달이 별로 없어서 새벽 2시까지 하기도 해요. 오늘은 1시까지 해야 할 것 같아요.”
하루 기본 12시간, 주 7일을 일할 때가 많습니다. 장시간의 저임금 노동, 거기에 사고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무보험 노동’은 오늘도 밥벌이를 위해 거리를 달려야 합니다.
연출 : 조성욱 피디(chopd@hani.co.kr) 촬영: 박성영 내레이션: 김포그니 기자
억울한 배달 운전자는 더 빨리 달린다 배달 운전자 양일모(37)씨는 창원에서 10년 넘게 오토바이를 운전한 베테랑입니다. 취재진을 만났을 때 일모씨는 피자 배달에 한참이었습니다. 매장에서 피자를 받아 식기 전에 고객에게 가져다 줘야 하는 것이 그의 밥벌이입니다. 항상 하는 일, 몸놀림이 바빠 보입니다. 일모씨는 얼마 전 피자가 식었다는 고객의 잔소리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매장에서 피자를 받고 10분 안에 배달했는데, 피자 치즈가 식었다고 고객이 핀잔을 주시더라고요. 억울하지만 그 핀잔을 다 들을 수밖에 없죠.” 고객은 늘 왕입니다.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하는 게 배달 노동자의 운명입니다. 서두르면 사고가 나기 마련입니다. 그것 또한 배달 노동자의 운명 같은 것입니다.
양일모씨가 피자를 배달하는 모습.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1년에 약 11명 사망, 잦은 사고에 치명적인 부상도 배달 운전자에게 크고 작은 사고는 일상입니다. 일모씨도 최근에 오토바이가 크게 부서지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2차선을 직진으로 달리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승용차와 충돌했습니다. 부딪히면 더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늘 오토바이 운전자입니다. ‘꽝’ 하는 순간 나가 떨어졌고, 3주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다행히 승용차 과실로 판명 나 치료비를 받았습니다.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오토바이 운전을 하다 혼자 넘어지는 사고도 흔하고, 때론 본인 잘못이 100% 나오기도 합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배달 오토바이 사고로 숨진 사람이 69명입니다.(질병관리본부 조사) 1년에 배달 운전자 약 1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목숨을 잃지 않더라도 오토바이 사고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오토바이 사고 유튜브 갈무리.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양일모씨의 배달 주행 장면.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트럭과 오토바이 보험료 비교 장면.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보험상담원 녹취 장면.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사고 장면을 보여주는 배달 대행업체 주성화 사장.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배달업 제도화 필요, 국가가 보험 등 지원해야 배달업계 1위인 배민 라이더스는 모든 라이더들에게 상해보험까지 포함된 오토바이 보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보험료 탓에 사실상 적자 운영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배달 앱’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이제 막 3년이 지났습니다. 업계가 추산하는 배달 시장 규모는 12조원으로 커졌고, 배달 운전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납니다. 산업 규모는 커지는데 관리는 그야말로 엉망입니다. 기초 통계인 배달 운전자의 숫자는 산정 기관에 따라 1만명에서 20만명 사이를 넘나듭니다. 배달업이 명확한 기준 없이 누구나 신고만 하면 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우후죽순 생기면서 체계적인 관리나 일 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뒷전이라는 것입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배달 노동자들이 보험 가입과 같은 안전망을 확보하려면 배달업의 제도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배달 노동자들의) 보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정정도 제도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배달 앱 스타트업을 포함해 요건을 갖춘 기업이 진출할 수 있게 제한하고, 요건을 갖춘 업체에 대해서는 국가가 대표적인 사회보험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업체들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분배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요.”
배민라이더스 관계자의 인터뷰(목소리 대역).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인터뷰 하는 김종진 부소장.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밤에도 배달을 하고 있는 양일모 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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