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불법촬영물 계속 유통되는 이유
양진호 위디스크 회장. 지난 7일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죠. 불법촬영물을 웹하드로 유통하고, 이를 돈 받고 삭제해주는 필터링 업체까지 함께 운영하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왜 불법촬영물은 계속 유통될까요? 그 배경에 필터링 업체와 웹하드 업체 간의 유착이 있다는 데 정말 사실일까요? <한겨레>가 내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양 회장의 ‘위디스크’는 국내 대표 웹하드 업체입니다. ‘웹하드 업체’란 사용자가 파일을 올리고 내려받을 수 있는 인터넷 저장소를 운영하는 회사를 뜻합니다. 웹하드에는 종종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불법 영상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이죠. ‘필터링 업체’는 저작권자의 의뢰를 받아 이런 불법 영상을 걸러내는 일을 대행해 주는 업체를 말합니다.
2012년부터 시행된 법에 따라 웹하드 업체는 불법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해 반드시 필터링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합니다. 그럼 최근 문제가 된 불법촬영물도 필터링 업체가 걸러내면 되지 않을까요? 필터링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피해자의 요청이 있으면 필터링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인 ‘DNA 필터링’을 적용해도 기술적 한계로 95% 정도만 걸러낼 수 있다. 걸러지지 않은 나머지 5%가 유통되면서 오해를 낳는 것 같다.” 피해자로부터 삭제 요청이 오지 않은 불법촬영물은 이런 조치조차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필터링 업체가 ‘못’하는 게 아니라 ‘안’하는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필터링 업체와 웹하드 업체는 이미 4~5년 전부터 완벽한 필터링이 가능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웹하드 업체와 연관된 필터링 업체가 불법촬영물을 고의적으로 필터링 하지 않는지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주장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보통 저작권자는 필터링 업체에 ‘영상의 불법 유통을 막아달라’고 의뢰하고 수수료를 냅니다. 그러나 애초에 저작권이 없는 불법촬영물의 경우 필터링 업체가 수수료를 받을 곳이 없고,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직 직원 역시 이런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 무상으로 삭제를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선의’로 해왔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저작권 없는 불법촬영물로 인해 가장 수익을 많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웹하드 업체입니다. 다운로드로 발생하는 수익을 나눌 저작권자가 없어, 대부분의 수익을 고스란히 웹하드 업체가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필터링 업체 입장에선 지워도 돈이 되지 않고, 웹하드 업체에겐 안 지워야 돈이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두 업체가 유착해 ‘불법촬영물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습니다. 실제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은 위디스크의 필터링 업무를 맡고 있는 회사 뮤레카의 지분 일부를 한때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저작권이 있는 영상의 경우 웹하드 업체에 삭제 의무가 있습니다. 불법촬영물도 웹하드 업체에 삭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웹하드 업체는 필터링 업체에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불법 영상을 지우려고 하겠죠. 불법 영상을 유통시킬 경우 수익금보다 더 큰 페널티를 주는 방안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하시죠.
취재: 이주빈 기자 wonchul@hani.co.kr
기획·연출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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