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책위 17일 기자회견 열어 “더 이상 같은 사고 없어야” 호소
태안화력 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맨왼쪽)가 1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및 향후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사고 나던 날 아들이 살던 기숙사에 갔습니다. 문 앞에 작은 상자가 놓여있었습니다. 아들 앞으로 온 그 택배를 뜯어보는 순간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들이 집에서 있을 때 영화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습니다. 그 영화에 나오는 반지를 사달라고 제게 말했는데, 저는 “당장 사고 싶지만 조금 지나면 그 마음이 없어질지 모르니, 그때 사고 싶으면 사줄게”라고 답했습니다.
세월이 조금 지나고 제가 다시 물었지요. 아직도 그 반지를 사고 싶냐고. 아들은 조금 있으면 취업해 내가 벌어서 사면 되니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너 월급 타면 뭐하고 싶니” 물었을 때에도 ‘반지를 사고 싶다’ 말했다고 동료들이 전해줬습니다. 애인한테 주려는 거냐 물었더니 ‘<반지의 제왕> 그 반지가 너무 갖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했답니다.
사고 뒤 아들의 기숙사에 도착해있던 소포가 그 반지였습니다. 그렇게도 갖고 싶어 하던 반지였는데 결국은 끼어보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간 것입니다. 하루라도 더 살았더라면 그 반지를 껴봤을 텐데…. 죽은 아이 손에 끼워주면 아이는 알까, 좋아할까…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 반지만 보면 아들이 그때 말했던 게 떠올라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그때 해줄 걸. 지금 그 반지를 어떻게 전해주면 좋을까….”
1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분향소에서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백소아 기자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태안화력 발전소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분향소에서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영정을 품에 안은 채 오열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태안화력 발전소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씨(왼쪽)와 어머니 김미숙 씨의 얼굴이 나란히 보인다. 17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입장 발표 및 향후 활동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팻말 속 고인 얼굴과 기자회견에 참석한 어머니 얼굴을 다중노출 촬영했다. 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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