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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AS] 판매직 ‘방광염 고통’ 보도 뒤에도…“고객화장실 쓰지 마”

등록 2018-12-28 05:00수정 2022-08-18 16:11

[뉴스AS]
한겨레 ‘쇼윈도 노동의 눈물’ 보도 이후 고용노동부 공문도 내려갔지만
백화점과 면세점 곳곳에 ‘직원들은 고객용 화장실 사용 금지’ 공지 붙여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들은 방광염에 걸린 비율이 일반인보다 3.2배 높다는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가 발표된 이후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들은 방광염에 걸린 비율이 일반인보다 3.2배 높다는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가 발표된 이후

그동안 암묵적으로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금지해온 백화점과 면세점들이 아예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 절대 금지’를 공식화하고 있다. 두 달 전 고용노동부가 ‘고객 화장실 사용 제한 방침’을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의 권고에 앞서 <한겨레>는 백화점과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들이 화장실에 편히 가지 못해 일반인보다 방광염에 걸린 비율이 3.2배 높다는 연구 결과 등을 담은 ‘쇼윈도 노동의 눈물’을 연속 보도한 바 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은 27일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전국의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판매직 노동자들에게 화장실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판매직 노동자 건강실태 보도 이후인 지난달 말께부터 ‘고객용 화장실 사용 금지’ 안내가 여기저기 붙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서비스연맹 쪽은 “이같은 화장실 사용 금지 조처는 특정 업체에서만 보인 것이 아니라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AK 등 유명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화점과 면세점 판매직 노동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본사는 직원들이 고객용 화장실을 쓰면 고객들이 항의한다는 이유로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고객용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직원들은 화장실에 가려면 직원 전용 화장실을 써야 하는데, 직원 전용 화장실은 개수가 매우 적은 데다 대부분 건물 구석에 있어서 매장에서 혼자 일하는 직원들이 사용하기 어렵다. 실제로 서울 시내에 있는 ㄹ면세점에는 모두 2570명의 직원이 일하지만 직원용 화장실은 20칸에 불과했다.

화장실 사용이 힘들다 보니 판매직 노동자들은 일반인보다 방광염에 더 많이 걸린다. 김승섭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교수 연구팀(김승섭·최보경·김지환·윤재홍·유정훈)이 지난 10월 발표한 '백화점·면세점 판매직 노동자 건강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 동안 방광염을 진단받거나 치료받은 판매직 노동자의 비율은 20.6%였다. 비슷한 나이의 여성 노동자 평균에 견줘 3.2배 높은 수치다. 39.9%의 판매직 노동자는 화장실에 못 가 생리대를 교체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로 인해 피부질환 등을 경험한 경우는 17.2%였다.

서울 시내 백화점 매장에 ‘직원들은 고객용 화장실을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지가 붙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공.
서울 시내 백화점 매장에 ‘직원들은 고객용 화장실을 절대 사용할 수 없다’는 공지가 붙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제공.

문제는 백화점과 면세점 본사의 화장실 사용 금지 조처가 법 위반의 소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서비스연맹이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공중화장실법에 대한 해석을 보면, 백화점과 면세점에 설치된 화장실은 공중화장실에 해당하고, 공중화장실은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는 화장실이기 때문에 이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별도로 없다. 서비스연맹 쪽은 “공중화장실은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어야 하는데 그 건물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직원과 손님을 구분해 직원들에게 고객용 화장실을 사용하지 말라고 한 조처는 차별로 보인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지난 10월 각 백화점과 면세점에 “화장실 사용금지 조처를 해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노동자의 건강증진을 위해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을 정하고 있으며 특히 화장실 사용 문제는 기본 생리 현상과 관련된 것으로 노동자의 건강 및 인권과 직결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아울러 “고객 화장실 사용제한 방침, 여직원 화장실 및 변기의 숫자가 적음, 화장실까지 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됨 등 각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판매직 노동자의 화장실 사용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요인이 있을 경우 판매직 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초래하지 않도록 개선(사용금지 해제, 화장실 추가 증설 등)하시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본사들은 이같은 공문을 받고도 되레 직원들의 고객용 화장실 사용금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한 면세점 본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각 점포에서 직원들에게 하는 공지를 본사가 일일이 그때그때 다 파악하기가 어렵다. 본사 차원에서 미처 체크를 하지 못했다”며 “본사 차원에서는 판매직원 건강권을 위해서 계속 계도하는데 현장에서는 고객 항의를 받다 보니까 이런 공지가 나가기도 하는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체크하고 시정하겠다”고 해명했다. 한 백화점 본사 관계자도 “10월에 이슈가 된 이후에 고객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판매직원 인권도 중요하다는 것을 본사도 자각하고 있다. 일부 지점에서는 직원용 화장실을 없애고 고객용을 같이 쓰기도 한다”며 “현장이 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최민영 정환봉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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