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29회
대한민국 ‘싱글맘 보고서’ 2: 미혼모 활동가들의 불편한 수다
대한민국 ‘싱글맘 보고서’ 2: 미혼모 활동가들의 불편한 수다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혼 절차 없이 아기를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여성’
포털 사이트 지식백과에 나오는 ‘미혼모’에 대한 정의는 이렇습니다. 백과사전의 정의처럼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는 합법과 정상 가족의 반대 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정의는 때로 당사자들에게 사회적 편견이자 차별이 되기도 합니다. 미혼모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팀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 속에서 살아가는 미혼모의 사연을 소개한데 이어(관련 영상: ‘싱글맘 보고서’: 아이를 선택한 순간, 엄마에게 가난이 덮쳤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미혼모 활동가들을 만났습니다.
#미혼모가 된 순간의 기억
“낳을 거냐?”, “오늘 수술하자” 미선: 이번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양육 미혼모입니다.
도경: 올해 중학교 1학년을 들어가는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수진: 저는 9년차 양육미혼모고요. '아정이' 엄마 정수진입니다. PD: 어떻게... ‘미혼모’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거예요?
도경: 저희는 그냥 미혼모라고 불러요.
수진: 미혼모라는 말이 제일 부연 설명 안하고, 딱 와닿기 좋아서... PD: 임신 뒤 생물학적 아빠의 반응은?
도경: 이 사람하고 결혼하고 살 거라고 나 혼자 생각을 했나봐. 그 사람은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임신했다고 이야기 했더니 첫마디가 ‘낳을 거냐?’ 였어.
수진: 말이야 막걸리야? 임신을 했으면 ‘고마워’, ‘축하해’, ‘잘 키워보자’ 이게 아니라 낳을 거냐!
도경: (남자가)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난 분노하거나 그러지 않았어. ‘내 인생에 남자가 그렇게 중요한가?’ 이런 생각을 했나봐.
수진: 언니는 쎄서 그래. (하하) 멘탈이 좀 쎄서!
미선: (남자에게) 알렸을 때 ‘어 그래?’ 하면서 담담했어. 담담하게 말하면서 병원에 가자고 그러더라. 그래서 나는 ‘아 아기가 괜찮은지 병원에 검사하러 가는가’ 보다 했는데, 들어가자 마자 ‘오늘 수술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거야.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수진: 자기 몸도 아닌데 왜 자기가 결정해!!
미선: 그래서 ‘내 몸에 대한 거 그렇게 맘대로 결정하지 말라’고 하고 나왔지.
#가족들이 부끄러워하는 미혼모
“애 아빠랑 웬만하면 잘해봐라” 도경: 엄마 아빠는 엄청 이뻐하셔. 왜냐면 첫 남자 손주거든. 근데 ‘고향에는 내려오지 말아라’, ‘너네 고생하니까 오지 마라. 느그끼리 보내’ 이러시거든. 나는 진짜 우리를 걱정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어느 날은 ‘언제 내려간다’는 말 없이 그냥 내려갔어. 동네 아줌마가 ‘근데 남편은 어디 갔어?’ 그랬는데, 내가 말할 새도 없이 우리 아빠가 갑자기 ‘중국 가서 일하고 있어. 중국에 출장갔어’ 그러는 거야.
수진: 우리 큰 엄마가 날 붙잡고 계속 그 말씀을 하시는 거야. ‘웬만하면 애 아빠랑 잘해봐라’
미선: 그 얘기는 다 듣지.
수진: 웬만하면 애 아빠랑 합쳐라.
도경: 웬만한 놈이 아니라서!
수진: 그래서 지금 큰집 행사에 안 간지 꽤 됐어.
미선: (우리는) 다른 사람은 안 그러는데, 우리 큰고모가 꼭 내 재취(한번 결혼했던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 자리를 알아 오는 거야.
도경: 아! 무슨?
수진: 아! 선자리, 선자리. 나 그거 너무 싫어.
미선: 재취 자리를 알아 오시는데, 집에 소가 얼마나 많은 사람인지를 나한테 어필을 하시는데, 그러면 고모한테 그러지. ‘그 소 여물 내가 다 줘야겄네?’ 하하하하하.
도경: 결국 좋은 남자를, 잘난 남자를 만나는 게 인생 성공하는 걸로 마무리 되는 거지.
#임신 사실을 안 회사 “신뢰할 수 없다”는 동료와 사장
도경: 너는 (미혼모 인걸) 숨기려고 했었다고 했잖아?
수진: 그러니까 편견이 얼마나 컸으면 그랬겠냐고. 내 스스로 나를 용납할 수 없었어.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딱서니 없었는데, 결혼하지 않고 임신한 것 자체가 내가 정말 부도덕하고 막 창녀같은 느낌이었거든. 임신 중에 편의점 다녔다고 이야기 했잖아. 임신 사실을 들킴과 동시에 동료와 사장이 전부 손가락질을 하니까. ‘너같은 사람과 일 할 수 없다. 널 신뢰할 수 없다. 널 믿을 수 없다’ 그런데 변명의 여지가 없는 거야. 나 스스로도 창피하고 그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 했던 거야.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스스로 그만둔 거고.
도경: 엄마들 중에 직장에서 임신해서 쫓겨난 비율이 뭐 90% 이상이라고 하니깐.
수진: (어떤 엄마는) 대형 서점에서 오래 일했는데, 계약직으로 열심히 일을 하니까 정직원으로 채용한다고 다시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했대.
미선: (주민등록등본에) 아이가 있으니까...?
수진: (엄마와) 같은 성에 어빠 없이 아이만 있으니까, 계약직도 잘리고(손으로 잘리는 모양) ‘왜 그러냐’ 했더니, 회사 이미지 실추 된다고.
#미혼모는 쉬운 여자? 성희롱하는 남자들
도경: 난 그나마 직장을 안 다니고 내 사업을 했으니까. (그런데 거래처 사람들이) 내가 미혼모인걸 알고 난 다음 나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라지더라. 기분이 굉장히 상하고 자존심이 엄청 상한 거야. 밤 12시 다 됐는데 전화하고, ‘술 한잔 먹자’고 하고.
미선: 그런 남자들은 어느 영역에나 있구나.
도경: ‘에이 뭐 어때, 애 맡겨 놓고 나와서 술 한잔 해’, ‘남자 친구도 없다면서 남편도 없다면서….’ 이런 식으로 쉽게 이야기를 하니까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수진: 내가 미혼모라는 게 뉴스나 이런데서 나오고 나니까 동네에서 그냥 목 인사하고 지나다니던 아저씨들이 갑자기 ‘집에서 한번 재워줘’, ‘오늘 저녁에 밥 한끼만 차려주라’ 그래. 만약에 동네 유부녀가 아이 손 잡고 지나가고 있는데, 그랬으면 경찰서에 끌려가지. 미혼모라고 하니까 그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거야.
#‘학부모 미혼모’로 산다는 것
“어머님들 단톡방에 안 계세요?” 수진: (딸이) 이번에 초등학교 들어갔는데 담임 선생님이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어머님들끼리 카톡방이 있던데 어머님은 거기 안 계세요?’ 민망하더라고. 그러니까 자기네들끼리 카톡방을 만들어서 녹색 어머니회나 이런 교통지도 하는 거 있잖아? 거기에다가 당번을 올리나봐. 그런데 나는 거기에 안 끼워주는 거야.
수진: (따돌리는 이유는?) 왜? 미혼모 하면 ‘왜 결혼을 못 했겠어. 유부남이랑 관계를 했으니까 그렇게 됐겠지!’ 다 그렇게 말해. 나 미쳐버릴 거 같아.
미선: 결혼한 남자 사람 친구한테 미혼모인 내가 전화를 하는 것 자체가 ‘부인들이 굉장히 껄끄러워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건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어.
도경: 아직도 네이버에는 ‘미혼모’ 하면 합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사람, 이렇게 돼 있어.
#주민센터에서 들은 말
“왜 나랏돈으로 애를 키우려고 하냐!” 수진: 아정이 낳고 내가 그때 당시는 아무 능력이 없었어. 근로 능력도 없었고, 빚도 있었고. 이러다 보니까 정부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 주민센터를 먼저 찾아갔지. 도와달라고. 그 때 당시에 한 50-60대 선생님이었는데, 내 얘기를 듣고 ‘그러니까 왜 애비 없는 자식을 낳아서 나랏돈으로 애 키우려고 하냐’고.
우리 엄마들이 ‘제가 미혼모인데요, 제가 한부모인데요’ 이러면서 상담을 하러 가잖아. 그 오픈된 자리에서 ‘어머니 뭐라고요? 한부모요? 어디 시설에 계세요?’ 큰소리로 ‘뭐 신청하시려고요? 교육급여요?’ 엄마들이 신청하러 갔다가 자존감 뚝 떨어지고 자존심 빡 상해서 와요.
도경: 그래서 우리 엄마들이 간담회 해서 사례를 많이 모았잖아. 그것을 여성가족부에 전달해 작년 겨울부터 공무원 지침서, 매뉴얼이 나왔잖아.
수진: 아직 잘 안 돼.
도경: 그러니까, 그게 내려갔어도 공무원들이 할 일이 너무너무 많아.
#여전한 편견들, 그래도 세상은 변하고 있다
수진: 나는 솔직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 일도 하고, 공부도 하고, 아정이 열심히 키우려고 육아 방식도 여기 저기 상담 받고 하면서. (근데) 제 3자가 봤을 때는 독한 년이라고. 하하하하.
미선: 저렇게 독하니까 혼자 애를 낳지.
수진: 맞아. ‘저렇게 독하니까 혼자 애 키우지’, ‘남자가 못 버티지’ 막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거든.
도경: (그래도) 우리 또래 되면 주위에서 이야기 하잖아. 니네가 제일 부럽다고. 특히 내일 모레 명절 다가오잖아. 시월드 안 가도 되고, 전 안 부쳐도 되고. 하하.
미선: 카톡 마구 올라와. ‘미선이는 좋겠다. 시댁이 없어서…’
도경: 젊은 대학생들이 우릴 보면 가끔 ‘멋지세요!’ 그러더라. 그럴 때 마다 ‘실제 해봐~’ 이렇게 말하는데, 어쨌든 그 친구들은 편견이 없는 거지. 갈수록 편견이 없어지고 있고, 그런 삶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은 거고. 그러면 어쨌든 세상이 변할 수밖에 없으니까. 점점 미혼모나 미혼부가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지금처럼 대 놓고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 욕하거나 비하하거나 이러면 오히려 매장 당하는 세상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 연출: 조성욱 김성광 chopd@hani.co.kr, 촬영: 원광일, 장소 협찬 :‘더 하우스 1932’
* 등장인물
김도경(이하 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미혼모
정수진(이하 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팀장, 9년차 양육 미혼모 아정 엄마
김미선(이하 미선):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운영위원장, 고등학교 다니는 딸을 둔 미혼모
김도경(이하 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 중학교 1학년 아들을 둔 미혼모
정수진(이하 수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상담팀장, 9년차 양육 미혼모 아정 엄마
김미선(이하 미선): 한국미혼모가족협회 운영위원장, 고등학교 다니는 딸을 둔 미혼모
“낳을 거냐?”, “오늘 수술하자” 미선: 이번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양육 미혼모입니다.
도경: 올해 중학교 1학년을 들어가는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수진: 저는 9년차 양육미혼모고요. '아정이' 엄마 정수진입니다. PD: 어떻게... ‘미혼모’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거예요?
도경: 저희는 그냥 미혼모라고 불러요.
수진: 미혼모라는 말이 제일 부연 설명 안하고, 딱 와닿기 좋아서... PD: 임신 뒤 생물학적 아빠의 반응은?
도경: 이 사람하고 결혼하고 살 거라고 나 혼자 생각을 했나봐. 그 사람은 전혀 생각이 없었는데, 임신했다고 이야기 했더니 첫마디가 ‘낳을 거냐?’ 였어.
수진: 말이야 막걸리야? 임신을 했으면 ‘고마워’, ‘축하해’, ‘잘 키워보자’ 이게 아니라 낳을 거냐!
도경: (남자가) 그렇게 이야기 했는데 난 분노하거나 그러지 않았어. ‘내 인생에 남자가 그렇게 중요한가?’ 이런 생각을 했나봐.
수진: 언니는 쎄서 그래. (하하) 멘탈이 좀 쎄서!
미선: (남자에게) 알렸을 때 ‘어 그래?’ 하면서 담담했어. 담담하게 말하면서 병원에 가자고 그러더라. 그래서 나는 ‘아 아기가 괜찮은지 병원에 검사하러 가는가’ 보다 했는데, 들어가자 마자 ‘오늘 수술할 수 있냐’고 물어보는 거야.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수진: 자기 몸도 아닌데 왜 자기가 결정해!!
미선: 그래서 ‘내 몸에 대한 거 그렇게 맘대로 결정하지 말라’고 하고 나왔지.
미혼모 인터뷰. 왼쪽부터 김도경, 김미선, 정수진.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애 아빠랑 웬만하면 잘해봐라” 도경: 엄마 아빠는 엄청 이뻐하셔. 왜냐면 첫 남자 손주거든. 근데 ‘고향에는 내려오지 말아라’, ‘너네 고생하니까 오지 마라. 느그끼리 보내’ 이러시거든. 나는 진짜 우리를 걱정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어느 날은 ‘언제 내려간다’는 말 없이 그냥 내려갔어. 동네 아줌마가 ‘근데 남편은 어디 갔어?’ 그랬는데, 내가 말할 새도 없이 우리 아빠가 갑자기 ‘중국 가서 일하고 있어. 중국에 출장갔어’ 그러는 거야.
수진: 우리 큰 엄마가 날 붙잡고 계속 그 말씀을 하시는 거야. ‘웬만하면 애 아빠랑 잘해봐라’
미선: 그 얘기는 다 듣지.
수진: 웬만하면 애 아빠랑 합쳐라.
도경: 웬만한 놈이 아니라서!
수진: 그래서 지금 큰집 행사에 안 간지 꽤 됐어.
미선: (우리는) 다른 사람은 안 그러는데, 우리 큰고모가 꼭 내 재취(한번 결혼했던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 자리를 알아 오는 거야.
도경: 아! 무슨?
수진: 아! 선자리, 선자리. 나 그거 너무 싫어.
미선: 재취 자리를 알아 오시는데, 집에 소가 얼마나 많은 사람인지를 나한테 어필을 하시는데, 그러면 고모한테 그러지. ‘그 소 여물 내가 다 줘야겄네?’ 하하하하하.
도경: 결국 좋은 남자를, 잘난 남자를 만나는 게 인생 성공하는 걸로 마무리 되는 거지.
미선씨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수진씨가 가족들이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수진: 그러니까 편견이 얼마나 컸으면 그랬겠냐고. 내 스스로 나를 용납할 수 없었어.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딱서니 없었는데, 결혼하지 않고 임신한 것 자체가 내가 정말 부도덕하고 막 창녀같은 느낌이었거든. 임신 중에 편의점 다녔다고 이야기 했잖아. 임신 사실을 들킴과 동시에 동료와 사장이 전부 손가락질을 하니까. ‘너같은 사람과 일 할 수 없다. 널 신뢰할 수 없다. 널 믿을 수 없다’ 그런데 변명의 여지가 없는 거야. 나 스스로도 창피하고 그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 했던 거야.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러고 스스로 그만둔 거고.
도경: 엄마들 중에 직장에서 임신해서 쫓겨난 비율이 뭐 90% 이상이라고 하니깐.
수진: (어떤 엄마는) 대형 서점에서 오래 일했는데, 계약직으로 열심히 일을 하니까 정직원으로 채용한다고 다시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 했대.
미선: (주민등록등본에) 아이가 있으니까...?
수진: (엄마와) 같은 성에 어빠 없이 아이만 있으니까, 계약직도 잘리고(손으로 잘리는 모양) ‘왜 그러냐’ 했더니, 회사 이미지 실추 된다고.
수진씨가 직장을 퇴사했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미선: 그런 남자들은 어느 영역에나 있구나.
도경: ‘에이 뭐 어때, 애 맡겨 놓고 나와서 술 한잔 해’, ‘남자 친구도 없다면서 남편도 없다면서….’ 이런 식으로 쉽게 이야기를 하니까 굉장히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수진: 내가 미혼모라는 게 뉴스나 이런데서 나오고 나니까 동네에서 그냥 목 인사하고 지나다니던 아저씨들이 갑자기 ‘집에서 한번 재워줘’, ‘오늘 저녁에 밥 한끼만 차려주라’ 그래. 만약에 동네 유부녀가 아이 손 잡고 지나가고 있는데, 그랬으면 경찰서에 끌려가지. 미혼모라고 하니까 그 사람들이 우습게 보는 거야.
성희롱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는 세 미혼모.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수진씨가 성희롱 경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어머님들 단톡방에 안 계세요?” 수진: (딸이) 이번에 초등학교 들어갔는데 담임 선생님이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어머님들끼리 카톡방이 있던데 어머님은 거기 안 계세요?’ 민망하더라고. 그러니까 자기네들끼리 카톡방을 만들어서 녹색 어머니회나 이런 교통지도 하는 거 있잖아? 거기에다가 당번을 올리나봐. 그런데 나는 거기에 안 끼워주는 거야.
수진: (따돌리는 이유는?) 왜? 미혼모 하면 ‘왜 결혼을 못 했겠어. 유부남이랑 관계를 했으니까 그렇게 됐겠지!’ 다 그렇게 말해. 나 미쳐버릴 거 같아.
미선: 결혼한 남자 사람 친구한테 미혼모인 내가 전화를 하는 것 자체가 ‘부인들이 굉장히 껄끄러워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직접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건 아니지만 그런 분위기가 느껴졌어.
도경: 아직도 네이버에는 ‘미혼모’ 하면 합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여자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사람, 이렇게 돼 있어.
수진씨가 미혼모 편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오는 미혼모의 정의에 대해 설명하는 도경씨.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왜 나랏돈으로 애를 키우려고 하냐!” 수진: 아정이 낳고 내가 그때 당시는 아무 능력이 없었어. 근로 능력도 없었고, 빚도 있었고. 이러다 보니까 정부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 주민센터를 먼저 찾아갔지. 도와달라고. 그 때 당시에 한 50-60대 선생님이었는데, 내 얘기를 듣고 ‘그러니까 왜 애비 없는 자식을 낳아서 나랏돈으로 애 키우려고 하냐’고.
우리 엄마들이 ‘제가 미혼모인데요, 제가 한부모인데요’ 이러면서 상담을 하러 가잖아. 그 오픈된 자리에서 ‘어머니 뭐라고요? 한부모요? 어디 시설에 계세요?’ 큰소리로 ‘뭐 신청하시려고요? 교육급여요?’ 엄마들이 신청하러 갔다가 자존감 뚝 떨어지고 자존심 빡 상해서 와요.
도경: 그래서 우리 엄마들이 간담회 해서 사례를 많이 모았잖아. 그것을 여성가족부에 전달해 작년 겨울부터 공무원 지침서, 매뉴얼이 나왔잖아.
수진: 아직 잘 안 돼.
도경: 그러니까, 그게 내려갔어도 공무원들이 할 일이 너무너무 많아.
주민센터에서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는 수진씨.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여가부에서 내려온 한부모 미원응대 요령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미선: 저렇게 독하니까 혼자 애를 낳지.
수진: 맞아. ‘저렇게 독하니까 혼자 애 키우지’, ‘남자가 못 버티지’ 막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거든.
도경: (그래도) 우리 또래 되면 주위에서 이야기 하잖아. 니네가 제일 부럽다고. 특히 내일 모레 명절 다가오잖아. 시월드 안 가도 되고, 전 안 부쳐도 되고. 하하.
미선: 카톡 마구 올라와. ‘미선이는 좋겠다. 시댁이 없어서…’
도경: 젊은 대학생들이 우릴 보면 가끔 ‘멋지세요!’ 그러더라. 그럴 때 마다 ‘실제 해봐~’ 이렇게 말하는데, 어쨌든 그 친구들은 편견이 없는 거지. 갈수록 편견이 없어지고 있고, 그런 삶을 꿈꾸는 사람들도 많은 거고. 그러면 어쨌든 세상이 변할 수밖에 없으니까. 점점 미혼모나 미혼부가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지금처럼 대 놓고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 욕하거나 비하하거나 이러면 오히려 매장 당하는 세상이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미혼모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수진씨.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친구들과 나눈 카톡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미혼모에 대한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원:피스>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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