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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영상+] 백발의 5·18시민군들 “살아있는데…우리가 황장엽·오극렬이라는 지만원 헛소리”

등록 2019-02-19 09:37수정 2019-02-19 17:57

71광수·73광수로 지목된 박남선·지용씨 인터뷰
“어떻게 백주대낮에 총으로 사람을 죽여
누구라도 그 장면 봤으면 참여할 수밖에”
국회의원들이 직접 주장한 게 더 큰 문제
망언 되풀이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5t-D0w3eAvw

지난 8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5·18민주화운동이 북한군 600명이 침투해 벌인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지만원씨를 국회 공청회에 초청했습니다. 지씨에 버금가는 망언도 쏟아냈죠.

“80 년 5 월 전남도청 앞에서 수십 수백명 사람들이 사진에 찍혔는데 , ‘ 북괴 ( 북한 ) 군이 아니라 내다 ’ 라고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 한국당 이종명 의원 )

5·18 당시 사진에 찍힌 인물 중 ‘북괴가 아니라 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구요? <한겨레>는 5·18 당시 사진에 찍혔다가 지씨로부터 북한군 ‘71광수’, ‘73광수’로 각각 지목된 박남선씨와 지용씨를 지난 14일 만났습니다.

■ 평범한 청년, 명문가 후손이 5·18 시민군이 됐다

인터뷰가 시작하자마자 박씨와 지씨는 “‘북괴군이 아니라 내다’라고 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는 이종명 의원의 발언을 강력 성토했습니다.

“아니 당장 우리 두 사람이 있자네. 우리 둘은 당당허니 말을 허는데 왜 (‘북괴가 아니라 내다’라고 하는 사람이) 없다고 그러냐고.”(지용)

“아무 증거도 없이 보수 극우주의자들이 단합을 위해서 억지 주장을 하는 것에 불과합니다.”(박남선)

5·18 당시 시민군으로 참여했던 이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세상 앞에 나선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박씨는 1980년 당시 1·2심 사형선고를 받고 2년7개월을 복역하고 나온 뒤부터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5·18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지씨 역시 ‘절친’인 박씨를 따라 지난해부터 ‘북괴가 아니라 내다’라고 발언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박씨와 지씨는 처음 5·18 시민군으로 참여하게 됐을 때를 잊지 못한다고 강조합니다.

“동생이 공수부대원한테 굉장히 많이 맞았어요. 코뼈 부러지고, 다리 부러지고, 머리는 함몰되고…그 광경을 보고 저도 직접 참여하게 됐습니다.”(박남선)

“18일 충장로 거리로 나갔는데 공수부대 애들이 젊은 애들을 잡아서 무자비하게 때리는 것을 보고 울분에 차서…21일 발포 사건 때 나는 다행히 살았는데 그 자리에서 수십명이 한꺼번에 죽었어. 어떻게 백주대낮에 총으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어? 그 다음부터는 눈이 뒤집히더라고. 어느 누구라도 그 장면을 봤으면 참여할 수밖에 없어.”(지용)

그날 이후 평범한 사업가였던 박씨는 무장시민군을 지휘하는 시민군 상황실장이 됐습니다. 광주에서 손꼽히는 대지주 명문가의 후손이었던 지씨 역시 총기를 들고 순찰과 경비에 나섰습니다. 박씨와 지씨는 자신들 뿐 아니라 80만 광주시민 모두가 항쟁에 참여했다고 증언합니다.

“눈 주변에 바르라고 치약을 가져다주고, 생수가 흔하지 않을 때니까 물을 통에다 담아서 가져다주고…”(박남선)

“우리 처도 저녁이면 김밥 싸 가지고 날마다 도청 앞에 나갔어. 6살이었던 우리 딸도 유치원에 학생들이 도망 오면 감춰주곤 했어. 그만큼 광주 시민은 똘똘 뭉쳐 있었어. 그러면서도 도청 안에 있었던 경찰들 봉급 1원짜리 하나 만진 학생이 없었어.”(지용)

■ 지만원의 ‘광수’ 주장…“억지고 궤변”

이처럼 박씨와 지씨가 증언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지만원씨를 비롯한 일부 극우 세력은 여전히 5·18 때 찍힌 사진을 두고 박씨와 지씨가 ‘광수’(광주북한 특수군)라고 주장합니다. 북한 노동당 비서를 지낸 황장엽과 얼굴이 비슷하다며 박씨를 ‘71광수’로 지목하고, 지씨에 대해선 인민군 대장 오극렬 ‘73광수’라고 주장하는 식입니다. 이에 대해 박씨와 지씨는 “말도 안 되는 X소리”라며 딱 잘라 말했습니다.

“나를 광수라고 지목한 그 사진, 어떤 상황이었는지 생생히 기억나요. 시민들이 도청 상황실에 군인으로 의심 가는 사람들을 신고해요. 그러면 저희가 그 사람을 데리고 도청으로 들어가서 학생인지 군인인지 조사를 하죠. 그 장면이에요.”(박남선)

“그런데 지만원이는 내가 그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서 총으로 쏴 죽였다고 얘기를 한 모양이야. 허허 참.”(지용)

“요즘도 탈북자들을 두고 광주에 왔던 북한군 출신이라고 주장을 하는데, 그 분들이 80년 당시 4살, 6살이었어요. 그럼 북한은 4살, 6살 아기까지 총을 들고 폭동을 일으키기 위해 남한에 왔다는 말인가? 이건 억지고 궤변이죠. 그리고 북한군 600명이 진짜로 왔다면 5월27일 도청이 무너졌겠어요?”(박남선)

특히 지씨는 ‘광수’ 때문에 처음 5·18을 증언하게 된 경우입니다. 이전까지는 ‘광주시민 전부가 시민군이었는데 내가 한 것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해 유공자 신청도 하지 않고, 시민군 참여 사실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큰딸이 “‘73광수’로 아버지가 지목됐다”며 보내온 사진을 보고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도대체 ‘광수’가 무엇이며, 누가 5·18을 폄훼하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스스로 오랜 시간의 침묵을 깨고 나오게 된 것입니다. 지용씨는 지난해 6월4일 지만원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박씨는 2017년 지만원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어 1심과 2심에서 승소했으나 지만원씨의 상고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광주에서 서울중앙지법을 오가며 지만원씨를 상대로 한 형사 재판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당시 재판에서 마주하게 된 지만원씨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고 합니다.

“지만원씨 옆에 있던 변호인이 오히려 나보다 더 황장엽을 닮았더라고요. 그래서 방청석에 대고 ‘황장엽 사진이 저를 더 많이 닮았습니까, 아니면 지만원씨의 변호사를 많이 닮았습니까’라고 물어봤다니까요. 그랬더니 지만원씨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한마디 대꾸를 못하더라고요.”(박남선)

■ “국회의원이 주장했다는 게 더 큰 문제…5·18 영령들에 속죄해야”

박씨와 지씨는 모두 허무맹랑한 ‘북한군 침투설’을 일반 논객이 아닌, 국회의원이 직접 주장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대의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말을…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정부(김영삼 정부)에서 5·18을 민주화운동으로 명명하고 특별법을 만들었어요. 그러면 5·18 유공자가 아니라 김영삼 대통령에게 어떻게 ‘괴물 빨갱이’들을 유공자로 만들어줬느냐고 공격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한국당 의원들은 자기 당의 역사를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어요.”(박남선)

그러면서 5·18과 관련해 왜곡과 폄훼를 근절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해결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오직 몇몇 극우 세력의 지지를 얻겠다고 민주주의의 보루인 국회에서 이런 망동을 해서는 안 되죠. 다시는 이런 망언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나치를 찬양하거나 동조하는 것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는 독일처럼요.”(박남선)

“내가 개인적으로 지만원씨 같은 사람들을 고소하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좀 나서서 싸워줬으면 좋겠어.”(지용)

망언 논란 이후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고 발언해 오히려 논란에 불을 질렀습니다. 망언 3인방 중 자유한국당이 제명하기로 한 이는 이종명 의원뿐입니다. 나머지 2명에 대한 징계안은 보류됐죠.

지씨와 박씨는 “5·18에 대한 터무니없는 역사 왜곡이 멈출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당 의원들도 하루 속히 사과하고. 5·18 묘역에 가서 영령들한테 속죄를 했으면 쓰겄다. 그것 뿐이여.”(지용)

자세한 내용은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영상 바로가기: https://youtu.be/5t-D0w3eAvw

취재·기획 박윤경 기자 ygpark@hani.co.kr

연출 위준영 피디 marco042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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